분주하게 몰려다니는 사람들. 때로 달려드는 이를 막기 위해 손을 가슴으로 모아 웅크린 채 버티기도 한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가 벅차다. 더러는 비켜가고, 더러는 부딪치며 사라진다.
'다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글쎄요.'
열정적이어야 한다. 헌데 그런 적 있었던가. 늘 건성으로 지나치기만 했다. 그래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며,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햇살이 뉘엿한 오후, 황사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길과 나아가야 할 여정을 그리며 서있었다. 발이 묶인 듯 걸음을 뗄 수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데에 대한 회의로 속을 끓이기도 한다. 오래 전에 굳은 어깨와 등 껍질이 단단하다. 와중에도 어렴풋이 아는 건, 또 다른 세상을 위한 꿈을 꾸어야 하는 때.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았다. 사람들이 빨강노랑파랑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른다.
Ludovico Einaudi, And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