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빵 같은 가을 오후 햇살을 꿈꾸기는 글렀다. 종일 뜨문뜨문한 비에 누덕누덕해진 심사. 우중 한숨소리를 들었다. 못들은 척 신발끈을 매고 일어서려는데, 미닫이문이 열리다가는 도로 '탁' 닫혔다. 대청 끝에 내려놓은 가방끈을 어림으로 만지작거리다가는 불끈 잡아 쥐었다. 댓돌에서 성큼 내려섰지만 한 걸음 떼기가 천근만근이다. 망망대해에 띄운 일엽편주에 오른 듯 아슬한 마음을 다독였다. 돌아온다고 할까. 아니, 차라리 내색 말자. 어머니는 끝내 내다보지 않았다.
Giovanni Marradi, Bells Of San Sebas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