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나 혼자만이

*garden 2014. 2. 12. 10:04




'제임스 코번과 로드 스타이거가 나오는 '석양의 갱들', 오늘 어때?'
등을 쿡 찌르는 준우 목소리가 들떠있다. 그렇찮아도 영화 포스터 앞에서 회가 동한 판인데. 007 시리즈나 서부영화가 들어오면 누구보다 먼저 쫓아가는 준우와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집에 와 옷을 갈아입고, 적당한 핑게를 둘러대고 바람처럼 달려갔다. 헐떡이는 마음과 달리 평일 저녁 영화관 앞은 한산하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을 멀뚱하게 보고 있는 사이 상영이 끝나 인파가 몰려나온다. 준우는 다음 상영 시각이 가까워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성긴 사람들 사이를 연신 두리번거렸다.
'이럴 리 없는데....'
의아해하지만 사정이 있는 걸로 짐작한다. 그냥 돌아갈 수야 없다, 혼자라도 들어가야지. 지금쯤 예고편을 내보내지 않을까. 마음이 다급하다. 부랴부랴 표를 끊었다. 극장 안을 더듬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변 어둠이 걷히며 고조되는 기대감. 화면을 응시한다.
혼자라는 게 내키지 않지만 습관이 들면 편하다. 모래사장에 막대기를 세우듯 다독여 마음 주변을 북돋운다. 우뚝한 막대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토닥이듯 주문을 외운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나. 혼자일 때 내 속에 있던 다른 내가 쫓아나와 나란히 앉았다. 내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이러면 어때? 저건 또 왜 그럴까? 그야 당연하지 않아! 등의 질문이나 대답을 일삼으면서.
말을 나누며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를 탐색하기 전에 내 속의 나는 은연중 서로를 인정하고 있어 편했다. 거기에 비해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어렵다. 말도 온전하지 않다.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여 전달치 못할 뿐더러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또한, 기껏 들은 말도 사실이지만 진실일 수 없는 일이 많다. 오죽하면 같은 사안에 대해 각 정당 대변인은 전혀 다른 입장을 주절주절 늘어 놓을까.
늘 조직에 머물러 있어 끈 떨어진 자신을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과 동떨어진 자리에 스스로를 몰아 넣기도 한다. 주변에 휩쓸려 부대끼지 않으려는 가상한 노력이다. 혼자이기를 바라지 않아도 혼자가 편한 시간을 위하여 꿈을 꾼다.
나를 여미면 조금씩 끓어오르는 것들이 있다. 지난 시간과 기억 들. 쟁여둔 저 깊은 속 사랑. 견디다 보면 혼자 잊고 잊혀지겠지. 가만, 거두절미하고 지금이라도 짐을 꾸려 설산을 넘을 작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Jeanette Alexander, Common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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