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나는 일상을 찍는다

*garden 2014. 5. 13. 09:28




최고가 최고에게 주는 상으로 아카데미상이 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별들의 잔치이다. 여기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로 화려한 볼거리를 들지만 자본과 기술로 세계를 점령한 헐리우드의 현실을 꼽는 이도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 조건은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LA지역 극장에서 일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70mm 및 35mm의 미국, 외국, 장편, 단편영화'가 대상이다. 아카데미상으로 수여되는 오스카 트로피는 공모로 조각가 조지 스탠리의 작품을 선정한 것이다. 초창기와 달리 주석과 구리, 안티뭄 합금인 브리테니엄을 24K로 도금한 것인데 추정가격인 삼백오십 달러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예가 걸려 있어 부문별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대단하다. 아카데미상을 오스카상이라고 부르게 된 데는 아카데미 협회 도서관 직원인 마거리트 헤릭 여사가 초창기 오스카 트로피를 보고 '오스카 삼촌이랑 어쩜 저렇게 닮았을까!'하고 무심코 외친 말을 지나던 신문기자가 칼럼에 언급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아카데미상은 2001년부터 헐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전용으로 시상한다.
카메라는 16세기 중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로 개발되었다. 처음에는 유리판에 감광액을 처리한 콜로디온 습판방식이어서, 화질은 선명하나 감광판의 습도유지가 어려운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코닥의 창시자인 조지 이스트만이 감광판을 브롬화은과 함께 코팅한 건판방식으로 개발하였다. 허나 초기에는 감광판 재료인 유리가 쉽게 깨어졌으며 무겁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이스트만은 니트로셀룰로오스 필름으로 대체하여 촬영한 다음 종이를 벗겨내고 인화하는 등의 과정을 개발하였다. 나중에는 이도 종이판 필름으로 대체되어 롤필름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사진의 대중화와 함께 코닥이 업계 선두로 올라선 계기가 되었다. 이스트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번거로운 현상과정을 간소화하여 일백 장까지 연속 촬영 가능한 휴대카메라를 이십오 달러에 판매한 다음 소비자들이 촬영한 필름을 보내주면 현상하여 배송하는 '코닥 시스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에도 염가제품 '브라우니'를 출시하여 스냅샷 시대를 여는 등 코닥 아성은 날로 높아졌다.
이스트만은 '사람들은 일상을 기록하려는 욕망이 있다'라는 미래비전을 제시하여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또한,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와 기술자를 우대하여 한계를 규정하고 문제에 접근하려는 안주형 인물들을 경계하였으며, '결과에 만족하는 것은 퇴보의 첫 징후'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코닥은 1880년 설립되어 에디슨의 '활동사진' 발명을 돕기도 했지만 1990년대까지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다가 디지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작년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하고 말았다.

오디오와 함께 카메라는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어른이 갖고 있던 Yasica fx-d 필카를 분신처럼 품고 다녔는데, 젊은 날 그걸 어느 전당포에 잡혀버리고는 찾은 기억이 없다. 카메라가 아쉬워 궁여지책으로 올림푸스로 대체하여 갖고 다니다가 미놀타, 펜탁스, 니콘 등으로 바꾸기도 하였는데 이도 옛이야기. 인제는 똑딱이를 거쳐 DSLR로 바뀌어 너도나도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어내는 세상이 되었으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취미활동도 주변에서는 예사로 보지 않는다. 피사체를 향해 난사를 하는 내게 카메라를 재산 목록쯤으로 여기는 친구가 혀를 차며 충고한다.
'그렇게 마구 찍어대서야 원....!'
정성들여 한컷 한컷에 몰두하라는 얘기인데, 걸음이 빠르고 긴 동선을 잡는 내게 그건 가혹한 주문이다. 더러 귀담아 들을 얘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요즘엔 바닷물에 씻기는 몽돌을 찍는다고 합디다만 배병우씨처럼 소나무 등 주제를 국한시켜 찍으면 어떨까요?'
생각이야 뻔하지만 쉽지 않다. 회사에서 만드는 책 등의 자료로 찍어둔 사진을 뒤적이기도 하는데, 어느 때 보니 많기도 하다. 걸음 한 번에 수백 장씩 찍어대니 오죽할까. '묵혀두는 것보다 정리해야지' 하고 작정하지만 실천하려면 엄두가 나지 않아 난감하다.
나는 일상을 찍는다. 그렇게 스스로와 화해하는 중이다. 정겨운 얼굴과 애틋한 모습도 담고, 우람한 산이나 둥그스름한 언덕도 가져온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만나는 꽃과 나무도 내가 즐겨 찍는 대상이다. 봄날의 시작쯤에는 흰꽃이 소박하게 피는가 하면 지금은 노랑꽃이 여기저기 널리기도 한다. 종류가 다른 식물도 색깔별로 꽃 피우는 시기를 정하는지. 전문적으로 꽃을 찍지야 않지만 나름대로 생태나 이름이라도 알아 두려고 자연색인란에 올려둔다. 물론 사이클이라든지 일시, 장소 등과 전체를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아 모자라는 부분이 볼수록 거슬린다. 하지만 계속 포스팅하며 업데이트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Lee Oskar, Before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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