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이 되는 꽃. 애잔한 겨울 햇빛 속에서도 여린 싹과 꽃몽오리를 틔웠는데 어느 때부터 시름시름하다. 생이 온전하게 자라고 살아가는 게 즐거움으로 새겨지더니 문득 생기를 잃은 모습이 안타깝다. 물빠짐이라도 되면 나을 것 같아 추운 날임에도 분갈이를 했다. 이러고서도 살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거름이라도 넉넉하게 채울 걸 그랬어. 뿌리를 정리하고 가지를 세워 흙을 다지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꽃처럼 나도 옴쭉달싹하기 싫다. 어디 아프지 않아도 그나마의 진을 뺄까봐 고심했다. 생각이 눈을 감으면 끊어졌다가 눈을 뜨면 똬리를 풀어 머리를 어지럽혔다. 사방이 벽인 방에서 나야말로 실체가 없다. 벽은 날마다 공고해져 하늘에 닿을 듯했다. 벽을 짚으며 발을 뗀다. 걷는 동안 꺾인 자리를 지날 때마다 숨을 한번씩 들이켰다. 날이 밝았다. 살아있는 것은 삶을 누릴 수 없고, 생각도 없는 물체들이 판을 친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몰아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봄인듯 화창하여 너도나도 밭은기침을 쏟아냈다.
Back To Earth, For The Two Of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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