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너를 안을 수 없어

*garden 2015. 2. 18. 09:59




가시에 맨살이 긁혔다. 금새 배어나는 빨간 핏방울.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이 쓰라림이 심해져 이를 앙다문다. 피를 멎게 하고 쓰라림을 지우듯 찢긴 살을 꼭 눌렀다. 야속한듯 선인장을 노려본다. 겨우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들. 그 중에서도 앉은 자리에서 사방팔방 팔을 뻗은 용설란이나 아카이브, 수박통 만한 백자금호 등 선인장은 가시가 무섭다. 보기에도 섬뜩한 가시에 진저리를 친다. 여린 초록 살에서 뾰족하게 내민 가시에 여차하면 다치기 일쑤이니. 그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선인장을 왜 이렇게 많이 모아 두었을까. 이들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듯한데,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묵묵히 자리잡고 있다. 퀘퀘한 버짐이 선인장 초록 살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말라 비틀어져 세운 가시가 날마다 더 날카로워졌다. 우리는 웃목을 반이나 차지한 화분을 늘 조심스레 피해 다녀야 했다.
바깥에 나가려고 해도 한겨울 추위가 엔간해야지. 우풍이 있어도 방 안에서 딩굴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티격태격하기 일쑤인데, 성에 차지 않으면 쫓아가서 이르는 여동생 때문에 곤란한 지경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름대로 자아를 세우느라 침묵하기도 예사인데, 눈길을 주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울어대는 여동생. 동생을 돌보지 못한다며 한바탕 혼난 다음 화를 삭이지 못했다. 씩씩거리며 돌아서는 순간 바로 뒤에 엉거주춤한 여동생이 보인다. 그러려고 하지 않았는데, 주저하던 손길이 여동생을 밀쳐 버렸다.

아아, 믿지 않으려고 해도 나야말로 선인장처럼 한평생 가시를 품고 살았다. 날이 갈수록 무성해지고 억세진 가시가 다가오는 이를 사정없이 찔렀다. 멋모르고 옆에 온 이들이 아파 지르는 비명에 몸서리를 친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George Skaroulis,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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