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별에 떨어졌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렇다면 오늘은 이백여든 번째 별이다. 보이는 길 끝을 어림했다. 어디로든 통하겠지만 무턱대고 움직일 수도 없는 일. 구분하여 매듭이라도 짓고 걸어야 하지 않을까. 간밤에 뿌린 눈발이 남아 있어 희끗희끗한 응달을 습관적으로 피해 디뎠다. 머플러 깃을 세우자 비로소 막막하다. 갸날픈 어린왕자를 휘감고 있던 휑한 적막을 떠올렸다. 담벼락에 빨판을 심고 오르던 담쟁이의 말라붙은 꿈은 어떤 것일까. 해가 떠도 여린 햇살이 감질만 난다. 바람이 앞서 길을 휘저었다. 걸음을 떼는 중에 투박한 소리와 감촉이 딱딱한 보도블럭에서 끊임없이 전해져 거슬린다. 택시 하나가 내 옆을 쫄쫄 따라오다가는 속도를 높이더니 사라졌다. 비루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부리나케 앞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멈칫했다. 산이나 들처럼 푸근할 수 없다. 낯설기도 하지만 도심이기에 긴장을 풀 수 있어야지. 그래도 오늘 하루 작정 없이 헤맬 요량이기에 숨을 가다듬었다. 언제 이런 적이 있던가. 못다한 일이 쌓여있어 늘 거기 몰두하고 계획하여 준비하고서야 움직이지 않았던가. 우선 따뜻한 커피라도 사 들이켜야지. 움직이는 동안 피가 요동친다. 하늘거리며 떠다니는 햇살을 조금씩 담았다. 느긋해지자 이런 기억이 낯설지 않다. 생의 어느 하루에 예정 없이 만나게 되는 것들을 따뜻하게 품어야지. 혹여 그대도 여기를 거닐지 않았을까. 목청을 높여 부른 그대 고운 노래소리라도 들으려는듯 귀를 쫑긋 세웠다. 수많은 길을 돌아 나 그대 흔적을 찾아왔으니, 생의 거친 후반부인들 기꺼이 들여다봐야지. 때마침 보이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 성큼 들어섰다.
Yanni, Felit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