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렵거나 열이 나 무심코 손길이 가게 되는 상처 부위. 의도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해도 정상이 아닌 육신은 때가 되면 칭얼대는 아이 같다.
'이곳이 아무 감각이 없는 건 왜 그렇습니까?'
'불편한가요?'
'굳이 불편하지야 않아도 이상 증세이니 당연히 궁금하지요.'
'저번 수술 때문에 칼을 대다보니 근육이나 신경이 잘리면서 해리되어 그런데 차츰 괜찮아질 겁니다.'
'별일아니라면 다행입니다만 오래 갈까요?'
'글쎄요!'
대답이 시원찮다. 의사가 갸우뚱하면 환자는 혼란스럽다. 어째 점점 확실한 게 없다. 발등에 정구공이 닿은 부위만큼 발갛게 달아오른 게 약간 부은 것 같기도 하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도 약간 저릿한 느낌 뿐 제 감각이 아니다. 다행히 격렬하게 뛰거나 높은 산을 오르내리는 데도 괜찮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양말에 진물이 배어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무덤덤한 게 의뭉스러운지 식구들은 난리법석이다. 별 수 없이 근방 피부과에 다녀온 게 엊그제. 돌팔이 같은 의사가 처방해준 항생제를 복용하고 연고를 발랐건만 어럽쇼, 증세가 심해졌다.
와중에도 때가 되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무실 사람들과 연말회식을 했다. 한해 내내 쫓은 건 나이고, 거기 군말없이 따라준 이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점심이 어떠냐니까 다들 이견이 없어 근사한 부페식으로 해결했다. 그래도 식사만으로 모자라는 느낌이다. 결국 저녁에 몇몇을 불러내 별도 자리를 만들었다.
힘주어 버티면 사지가 결리거나 쥐가 나기 일쑤이다. 그래도 이제 질곡을 벗어나 눈부신 시선을 들고 있지 않은가. 여기 하나의 촛불을 밝혀 손을 모으고 묵힌 애환을 다스려야지. 내색 않아도 누구 어디 한 곳 아프지 않은 이 있을까. 상처뿐인 몸을 다독이며 비로소 한데 서서 외친다. 새 시간이여, 어서 오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남택상, Moderato Canta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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