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내게로 오는 가시고기

*garden 2014. 12. 19. 09:29




'와자작'대며 사탕을 깨먹는 게 슬프다. 어금니를 통해 전해지는 무지막지한 굉음. 머릿속에 공사장이 들어선듯 와글댄다. 마법 같은 달디 단맛을 은근히 즐기지 않고 앞뒤 없이 이로 깨고 바수는 격렬함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가. 단맛이 아이들 이를 망가뜨린다고 어머니가 쫑알거리든 말든 아버지 손에는 여지없이 사탕 한 봉지가 들려 있다. 늘 그렇듯 퇴근해서 골목길에 들어서려다가 침착하게 숨 고르며 헛기침을 했겠지. 삼삼한 우리네 웃는 얼굴을 생각하며 덜컹거리는 점빵 미닫이문을 연다. 백열등 하나 켜두고 꾸벅꾸벅 졸던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사탕을 나눌 때부터 여동생은 떼를 썼다. 빨강색 사탕을 모두 챙기고 알록달록한 색깔별 사탕도 하나씩 가지려고 해서 골고루 나누려다 보니 아귀가 맞지 않다. 아무렴, 식구 중 누가 그걸 꺾을까. 두 손 가득 주어진 사탕에 여동생이 달착지근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는 빨강색 사탕을 하나씩 빨다가는 꺼내놓고, 다음에는 노랑색 사탕을 입에 넣고는 간살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초록색과 주황색 사탕을 입에 넣어 양볼을 불룩하게 만들었다가는 또 다른 사탕을 입에 넣었다. 이윽고 녹은 사탕이 거의 없어질 무렵이면 먹지 않고 아끼는 제 오빠몫의 사탕을 힐끔힐끔 본다. 그게 싫다. 뒤로 감추면 기어이 돌아와 내 사탕을 확인하는 여동생. 칭얼대면 싫어도 몇 개 떼내줘야 했다. 더욱이 울음이라도 터뜨리면 달래기 힘들 뿐더러 꾸중이 날아든다. 속도 모르고 나를 쫓는 부모님이 야속하다. 그게 아껴둔 내몫에서 나가는 것이므로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했다.
앉은뱅이 책상 서랍 깊숙하게 감춰두기도 했다. 처음 얼마간은 그 방법이 먹혔는데, 그걸 어떻게 알고 꺼내가는 여동생을 막으려고 자물통을 달아 채우기도 한다. 늘 갖고 다닐 수 없는 쇳대 두는 곳을 여동생은 진작 아는 듯했다. 아무리 깊이 숨겨도 내 물건이 여동생 손에 가 있어 우격다짐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때 여동생은 울상이 되었다.

어느 때 용하다는 점쟁이를 소개받은 어머니. 식구들 앞날을 물어보고 혹여 있을지도 모를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나를 데리고 야밤에 시오리를 걸어간 적 있다. 커다란 양초를 열댓 개나 켜둔 여느 가정집 같은 따뜻한 방구들 한가운데에서, 신통방통하여 점지 받은 세상 일을 필요한 이에게 일러주는 점쟁이가 내 귀를 사뭇 어루만졌다.
'귀가 참 잘 생겼어.'
얄팍하고 빨간 루즈가 선명한 입이 웃는 듯 귀 밑까지 걸려 있다. 거기서 주문이 거미줄처럼 나오고 기도가 이어진 다음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주사로 쓴 요상한 그림문자 부적을 태운 다음 그 재를 먹게 했다. 중요한 의식인 것처럼.
그 집을 나오기 전에 점쟁이가 다른 부적을 꽃주머니에 넣어 내게 준다.
'열지 말고 반드시 갖고 다녀, 알았지!'
여느 때처럼 부적주머니는 온갖 보물을 넣어두는 서랍 속에 들어 더 이상 챙길 수 없다. 그게 내 앞날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는 애초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억지로 갖고 다닐 일도 없다. 대신 절대 개봉되지 말아야 할 꽃주머니가 여동생에게 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하지만 이내 도외시되었다. 내 관심은 이제 서랍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햇빛 환한 오후에 친구와 냇가에 나갔다. 낚시를 했는데, 물 위에서 산란하는 빛을 잡듯 고기를 건져올렸다. 심심찮게 채올린 고기를 친구가 와서는 모두 놓아주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고기야.'
이상도 하지. 식구들마다의 부적을 일일이 다 챙겨 온 것으로 아는데, 여동생은 왜 내 부적까지 필요했을까. 어떻거나 나야말로 점쟁이가 당부한 것처럼 내 꽃주머니가 스스로 열리지 않았다고 믿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 쫓아나와 돌아다니게 할 수야 없으므로, 부적은 깊이 감춰진 채 효력을 잃지 않아 어느 길에 서 있든지 내 힘의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Claude Choe, [Millennium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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