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십오시 이십분

*garden 2015. 4. 3. 12:57




환승하려고 앞차에서 내린 시간이 오후 세시. 바람이 푸드득댄다. 비를 머금은듯 텁텁한 속을 아주머니 둘이 걸음을 맞춰 지나며 나즉히 속삭인다.
"너무 가물지?"
"그러게. 지난 겨울 눈도 내리는 둥 마는 둥했어."
낯선 곳인데 편안하다. 어느 때인가 불쑥 머문 듯 익숙한 기분이다. 내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오던 여자아이가 길을 묻는다. 겸연쩍게 손을 저었더니 외려 나보다 더 환히 웃으며 공손한 인사까지 하고 돌아선다. 그윽한 빵 냄새를 맡으며 두리번거렸다. 건너편에 새로 생긴 듯한 빵집이 있다. 횡단보도가 생뚱맞게 멀어 돌아가기도 마땅치 않다. 눈 딱 감고 길을 가로질렀다. 차도 중간 가로막이 끊어져 있는 게 다들 그렇게 무단횡단을 하나 보다. 언덕받이에 기댄 교회 건물 구석에서 꽃을 피운 매화가 향기를 퍼뜨렸다. 빵을 바구니에 담아내자 머리에 하얀 수건을 받힌 여자아이가 계산을 하는데 서투르다. 앞치마에 밀가루를 잔뜩 묻히고서는, 민머리에 구레나룻이 텁수룩한 남자가 안쪽에서 나와서는 나를 흘끔 보더니 거든다. 다시 차도를 건너는 참에 기다리던 버스가 저만큼 온다. 빵집을 다녀온 사이에 정류소에 선 낯선 할머니. 허리가 한껏 굽어 버스에 오르기에도 힘겹다. 도와 짐을 들고 올랐다. 자리를 잡아드리고 몸을 가누는 사이 버스가 출렁댄다. 구름 사이 해가 쫓아나왔다. 양지바른 담벼락 너머 목련이 눈부신 꽃을 몽글몽글 터뜨린다.











David London, Now and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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