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이제 괜찮아야지

*garden 2015. 10. 16. 00:09




비 오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지난 날이 자취 없어 미상불 다가올 가을과 겨울을 걱정스레 떠올렸다. 그래서 이상하다. 아직 초록을 미처 벗지 못한 풀과 나무가 지천인데 어쩐 일일까. 이른 시각 지하철로 들어가는 입구, 난데없이 방한점퍼 차림인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말야.
다음 날은 약속이 있어 넥타이 차림에 정장을 했다. 헌데 유난스럽던 바람이 누그러뜨려진다. 해가 뜨면서 더 이상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사무실은 한낮 전에 가마솥이 되었다. 외출을 나갔다가 금방 땀범벅이 되었다. 온 종일 가라앉은 대기는 텁텁하다 못해 찌는 듯하다. 바람은 한밤중에야 겨우 힘을 받아 설렁거렸다. 긴가민가하며 창을 열어둔 채 지났다. 그리고 다음 날은 바깥 동정을 살피고서야 옷을 맞춰 입었다.

꾸역꾸역 산에 올랐다. 막바지 햇살이 조롱조롱한 꽃을 찾아 가을꿀벌이 쉬지 않았다. 유난히 하얀 바위 등성이에 뺨과 귀를 댔다. 의외로 따뜻하다. 더불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깊은 소리가 전해진다. 그게 지난 이야기인지, 다가올 시간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람쥐 한 마리가 기웃거리다가 부리나케 사라졌다. 쪽빛 하늘이 코앞이다. 풀벌레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커졌다가 잦아들기도 한다. 살아온 날이 꿈이었을까. 부닥치고 쫓아다니며 깨지고 헤져 너덜너덜해진 것이 맞다. 이제 주변 모든 게 순하게들 받아들여지니. 육중한 묏부리를 어깨에 인 듯 내려가는 길에 떨리는 발걸음도 괜찮다. 완상하듯 종일 떠돌았다.













Tom Barabas, Melodi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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