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칠월, 양동마을

*garden 2016. 7. 15. 00:02




평일임에도 예매가 힘든 열차표. 결국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자유여행권은 역에서만 살 수 있다네요. 그거라도 구해 주세요."
"그러지, 뭐"
뒤따를 일행을 위해 구한 열차표를 전할 길이 막연하다. 사물함에 넣어 두라는데, 지문인식이어서 별 소용 없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는 열차시각이 촉박하여 헐레벌떡 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열차표를 찍어 보내지만.....
"반드시 표를 조사합니다. 본인 손에 들어있지 않으면 부정승차로 간주합니다."
역무원은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받았다. 어떡하나. 서두를수록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뚝뚝 떨어지는 땀을 훔쳤다.
"이번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네요."
오가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이다. 푹푹 찌는 날이 이래저래 답답하다. 가급적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건만 마음이 여의치 않으면 곳곳이 암초이다. 열차 칸은 신기할 정도로 어른뿐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목요일엔 아이들한테 다녀가는 날인 모양이다. 허나 저마다 무거운 가방과 바리바리 싼 보따리들로 그렇찮아도 좁은 좌석이 더욱 비좁다. 오가는 승무원에게 요구도 많다. 내 앞 할아버지는 가는 내내 밭은기침 소리를 낸다. 열차 안 온도가 낮다고 항의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덥다며 역정 내는 분도 있다. 반대편 자리 할머니는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그치지 않는다. 왜 그런가 했더니 짐을 일일이 꺼내 비닐 봉지를 싸고 또 싸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뒷자리 어른은 자녀들이 들려 보냈는지 갖고 온 콜라를 엎질러 지나던 승무원이 닦아냈지만 내 자리까지 액체가 흘러 바닥이 미끈거렸다.

며칠 전 퍼부은 비 탓으로 강마다 흙탕물이 넘실댄다. 열댓개는 넘었을 걸, 아마. 쉼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눈을 감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떠도는 희뿌연 공기가 그나마 짙은 초록을 지운다.
'아예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게 나았을까'
시간을 벌려고 KTX를 탔더니 대중교통 연결편이 마땅찮다. 버스를 타려니 오십분 이상을 족히 기다려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택시 삯이 KTX만큼이다. 조금만 걸어도 땀으로 목덜미와 등짝이 후줄근하게 젖는 여름 오후, 해는 지치지도 않고 달아올랐다.
양동마을 길은 가다보면 막혀있다. 길이 길로 이어지지 않아 당황스럽다. 그래도 어쩌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 오백년을 잇게 만들었다니 이해할 수밖에. 낮은 자리 못에는 연이 수줍게 꽃대를 세웠다. 날이 저물며 개구리 소리가 와글거린다. 여기 소음은 도시와 달라 정겹다. 나가야 하는지 머물러야 하는지 모호한 순간. 서녘 하늘에 우레소리가 요란했다. 포항에서 자전거로 넘어왔다는 부부가 술이 좋다며 추천하는 민속집에 똬리를 틀었다. 접시꽃이 울타리 바깥에서 기웃거린다. 나무백일홍이 조심스레 꽃망울을 터뜨렸다. 포도가 영글고 빨간 석류꽃이 목탁 닮은 열매로 변하는 칠월. 동행한 아이가 난데없이 친구를 불러내렸다. 부산스런 새벽께 눈을 부빈다. 낮은 한옥 천장이 코에 닿을 듯하다.
"얘, 지금 몇시냐?"
"겨우 세시입니다."
"이 시각에 오는 차도 없었을텐데? 피곤한데 어서 자!"
일행이 늘어 조촐한 감은 지워져도 불안하던 한 부분이 채워진 것 같다.













Michele Mclaughlin, Love Left Blee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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