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넷이 수다를 떤다. 집과 아이들, 남편과 친구, 살이 주변을 천연덕스레 늘어놓는데, 한 사람씩 돌아가며 몇 순배가 되어도 천일야화처럼 얘기가 그치지 않는다.
아아, 그래. 오오, 호호.....
추임새를 넣으며 공감하고 들어주는 일행들. 비포장길을 한나절이나 달렸다. 구레나룻이 그럴 듯한 기사가 속도를 줄이다가 꾸욱, 브레이크를 밟는다. 털털거리던 자동차가 용틀임을 하다가 잠잠해졌다. 수다 떨던 여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졸거나 멀거니 차창 밖에 눈을 두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섰다.
"뜨리마까시(Trima Kasih)!"
싯누런 이를 드러낸 기사가 순박하게 웃었다. 오금이 저려 비틀비틀 내리는 이도 있다. 하루 한번씩은 꼭 비가 내렸다. 기압 때문인지 여정 도중 길가 깃발이 휘날릴 정도였는데, 어느새 잦아든 바람. 습한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야자수 경계를 지나자 비릿한 내음이 '후욱!' 끼쳤다. 끝간데없이 열린 세상, 비로소 숨을 크게 쉬었다. 색다른 곳인가 여겼는데 살던 곳과 진배없다. 저기 보이는 곳까지 나아가기. 신발 벗고 맨발로 걸어보기. 고심하던 삶이나 죽음도 그냥 그대로인 땅. 명멸하고 스러지는 낙조 속에서 바다 건너편 길을 더듬지만 우습다. 여기가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