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기쯤인 듯한 아이가 소리를 낸다. 목청도 좋지. 아마도 장래 가수가 될 거야. 무작위로 내는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질러보는 소리이다. 이어지다가 잦아들고 다시 쫓아나와 이끼 덮은 나무 등걸 사이를 떠도는 소리. 아이 옆에서 고개를 젖힌 채 눈 감은 엄마가 천천히 팔을 들었다. 땅과 하늘을 잇는 성스러운 몸짓. 간절한 바람이 숲을 흔든다. 초록 바람이 허파꽈리에서 내뿜어져 실핏줄까지 가 닿을 때 하얀 맨살에 싹이 텄다. 다시 아이가 길게 소리를 낸다. 어쩌면, 소리는 존재감에 대한 확인일 수도 있고 세상과의 소통일 수도 있다. 머리맡 나뭇잎이 춤을 춘다. 숲이 열리고 하늘이 내려왔다. 기척을 내지 못해 아름드리 수피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훔쳐보았다. 이미 꽃은 졌을텐데. 바람에 묻어오는 찔레꽃 향기. 수많은 유월이 열렸다가 닫힌 흔적이 있건만 안부 한줄 전하지 못했다.
그대, 안녕한가.
Giovanni Marradi, Tears Of Gideon Rolling Down From Olymp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