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좋아하는 하영이 아빠. 하영이가 태어났을 적의 기쁜 표정이 생각난다. '하나님께 영광'을 바치겠다며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자신만만한 어투와 확신에 찬 목소리가 언제나 낭랑하다. 그가 '콩'을 '팥'이라 하면 사람들은 정말 '팥'으로 알게 되고, '팥'을 '콩'이라 하면 '콩'으로 알아들을 정도이다. 잘 생겨서 인기가 좋다. 웃으면 여자들이 자지러진다. 곧잘 좌중을 이끌어가고 시선을 모으는 동시에 자기 과시를 즐긴다. 오랜 적부터 알아온 친구이기에 우리가 예사로 '집사'라고 부르는데, 교회 일도 열심이어서 장로 자리를 바라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이맘때 나를 끌고 서점으로 향한 적이 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근사한 성경책을 하나 사 주겠단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뿌리쳐서 겨우 만류했다. 하영이 아빠가 어느 날 사고를 쳤다. 사업이 어려워져 모임 돈을 유용한 것은 물론 여기저기 손을 벌려서는 빚을 갚지도 않을 뿐더러 핑게로 일관한다. 아무리 친구들이라지만 그게 괘씸하다. 뻔히 못받을 것을 작정하고, 모여 얘기나 들어보자면서 그를 불렀다.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만 하던 녀석이 딱 걸려서는 어쩔 수 없이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잘 생긴 코와 그 아래서 움직이는 얄팍한 입술이 그날따라 보기 싫다. 변명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장강의 물결처럼 넘실댔다. 나는 아예 그걸 듣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서늘한 음감의 Ludovico Einaudi의 연주를 떠올리며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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