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一音

Julio Iglesias, A song of joy

*garden 2016. 12. 24. 11:32




"아줌마 정말? 잘됐다, 잘됐어."
통화를 마쳐도 이어지는 호들갑. 이웃사촌이랬지. 오래도록 함께 살아 자매 같은 아주머니 딸아이가 드디어 결혼한다고 했다. 소식을 전하는 이도 목소리가 떨리는데 본인은 오죽할까. 서른도 훨씬 넘겨 도무지 갈 것 같지 않아 애를 태웠는데. 얘기를 들으며 창 밖을 내다본다. 흐린 하늘이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쌀알 같은 눈발을 뿌릴 것만 같은 날씨. 집안을 당대에 망하게 하려면 정치를 하고, 서서히 망하게 하려면 예술을 하라고 했다. 뒷바라지에 집도 내놓고, 단칸방에 웅크리고 앉아 평생 펴질 것 같지 않은 우거지상으로 실룩거리던 아주머니의 비뚤어진 두툼한 입술을 떠올렸다.

예전엔 '여기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했던 서울 변두리. 신시가지가 조성되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천정을 아치형으로 올린 그럴싸한 예식장. 실내가 좁아서일까. 옹기종기 앉은 하객들 옆에 사람들이 늘어서 식이 시작되어도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조도가 낮아 어둑한 공간이 도떼기시장처럼 시끄러웠다. 지루한 것처럼 여겨지던 주례사가 끝나는 둥 마는 둥, 화동으로 나선 아이들 서넛이 제 집인양 앙증스레 쫓아다니며 사람들 시선을 끌었다. 사회자가 오늘의 주인공인 멋진 신랑과 시립 합창단에 있는 어여쁜 신부 소개를 한다. 웅웅거리는 스피커 음을 해득하는 것보다 벽에 걸린 티브이 화면을 보는 게 차라리 이해가 빨랐다. 이에 따른 축가가 있겠다고 했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었다. 건반을 따라 맑고 영롱한 소리가 튀어나와 춤을 춘다.
"누가 부른대?"
사람들이 고개를 한껏 뺀다. 누군가가 추임새를 넣었다. 내 앞에 선 남자가 구레나룻 수염을 만졌다. 그 옆 트렌치코트를 걸친 남자가 중절모 창을 바르게 편다. 서성이던 여자들이 늘어섰다. 가죽 양장을 늘씬하게 뽑아 입은 여자가 묘하게 방향을 틀었다. 실루엣이 돋보이게끔. 하얀 앙고라 롱가디건을 귀부인처럼 차려입은 여자가 뾰족구두를 모아 키를 높였다. 반대편 복도에 선 여자들이 고운 음을 짧게 뱉어낸다. 이어 하나둘 음이 쫓아나와 어울렸다. 앞자리 구레나룻 수염을 만지던 이와 중절모가 화답을 했다. 소리가 여리게 나와 모이다가 조금씩 커지며 합해졌다. 소음이 잦아들었다. 하객들 사이사이에 있던 합창단원들이 여기저기 일어서 화음을 맞추었다.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두리번거릴 때 소리가 모이고 커지며 하나가 되었다. 순식간에 시장 바닥이 천상 화원이 되었다. 꽃이 피고 벌나비가 날아들었다. 시냇물이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비로소 너와 나의 생을 아우른 세상이 실감난다.















Julio Iglesias, A song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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