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질문을 던졌다.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민호가 손을 번쩍 든다.
"오, 우리 반에 똑똑한 학생이 있네요. 어디 민호가 한번 말해봐요."
"네, 선생님. 장기를 두면 됩니다."
".....?"
'와르르!'
뜬금없는 대답에 아이들이 웃는다. 선생님이 이유를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장기를 두면....."
"네, 장기를 두면?"
"틀림없이 훈수꾼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길을 묻습니다."
다들 웃었지만 개중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도 있다.
명절 선물로 누군가 압력밥솥을 보냈다. 이 밥솥을 어떡한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지만 다들 웃을 뿐 밥솥을 가져가겠다는 이가 없다. 보고 있던 아이가 오피스텔에 갖다 놓으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겠네."
밥솥 박스를 들고 길을 건넌다. 기온이 뚝 떨어져 손이 시리다. 다른 손으로 바꿔 들까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그거 스뎅이우?"
돌아보니 할머니 두 분이 열심히 따라오며 내 손에 들린 밥솥을 이리저리 살핀다.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마저. 이 풍년밥솥이 좋아!"
"아이구, 육인분짜리 요게 딱 좋아."
다른 할머니까지 가세하여 나를 세우고는 이런저런 말을 잇는다. 길을 재촉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자동차가 왔다갔다하는 한가운데서 봇물 쏟아지듯 하는 수다를 나누는 것도 괜찮다. 낯 가릴 일도 없어 히죽거리며 손사래까지 쳐가며 열심히 떠들었다.
"헌데 잘 생겼쑤!"
"밥솥 말이지요?"
"앙이, 댁네 말이우."
"하하, 기분 좋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동생은 커피 잔 수집광이다. 밥솥을 가져가라고 했더니, 외려 자기가 모은 커피 잔 한 세트를 선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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