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둔 님을 어떡할까. 감정은 연속성이 있어 한 방향을 좇으며, 자기방어적 성향이 강하다. 헌데 때로는 영역 테두리에서 벗어나야 더 큰 희열을 느낄 때도 있다. 한번쯤 님의 품에서 떨어져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어떨까.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우중충해도 푸근했던 어제와 달리 아침 바람이 맵다. 드러난 맨살이 얼얼할 정도이다. 그래도 움츠러든 몸을 꽁꽁 싸맨 채 산등성이를 오르자 시베리아에서 직송된 듯한 냉기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금방 후끈해져 등에서 땀이 난다.
"아아, 명절 끝 주저앉아 있기보다 나서길 잘 했어."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으로 온몸을 적시듯 걸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내며 밟는 눈길이 상쾌하다. 더 없이 맑은 햇빛과 눈 덮인 태고적 산에서 맞는 평안이 좋아 가슴을 폈다. 드디어 앵봉산 날뫼에서 바라보는 내 님, 보석처럼 빛나는 북한산을 바라보았다. 어제 내내 산에서 맞던 눈이 서울 도심으로 내려오자 비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은 전혀 다른 날의 시작, 눈비 흩뿌리던 구름 걷힌 다음 우뚝한 님을 볼수록 황홀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