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一音

Rene Froger, I Who Have Nothing

*garden 2017. 4. 21. 00:33





화신은 남쪽에서 올라온다. 헌데 인제 옛말이 되었다. 말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면 섣부를까. 꽃은 서울 도심이 먼저이다. 올해에는 개나리나 벚꽃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봄비 두어 번에 모두 사그라들었다. 나중 일정을 잡아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가 벚꽃길이 지천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비로소 피어 휘날리는 벚꽃 터널을 지났다. 차창을 내린다. 하나둘 꽃잎이 내 어깨에, 시트에 내려앉았다. 노래가 바뀌었다. 'I Who Have Nothing'을 들었다. 옆에서 가수를 묻길래 무심코 'Tom Jones'라고 일러줬는데, 비슷한 듯하면서도 창법이 다르다. 웅, 버전이 다른 건가. 내한공연도 가졌던 'Mr. Tiger, Tom Jones' 노래라면 샅샅이 들어 아는데 이건 아냐. 나중에 다시 찾아보았다. 정정해야겠다. 네덜란드에서 국민 가수로 불리는 Rene Froger의 목소리이다.

회사 뒤편 화단을 경계로 피어나던 영산홍 군락이 볼 만했는데 어느 해 꽃이 형편 없다. 내 옆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미술부 부장이 혀를 찬다.
"아니, 전지를 한답시고 꽃눈을 다 잘라버리니 이 모양이지."
생각 없이 일하는 듯한 총무팀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사람들은 가끔 자기가 아는 사실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해 뒤늦게 닥친 냉해 탓이 크다. 결국 그렇게 화려하고 예쁜 자태를 자랑하던 영산홍은 서너 해를 시름하며 겨우 꽃을 피우다가 나중 제거되었다. 자세히 들여다 볼 겨를이 없었지만 올해에도 한눈에 봄꽃이 곱지 않다. 전체 경관이 화려한 것과 하나하나의 꽃이 아름다운 건 별개이다. 꽃 지고 푸르른 잎으로 단장한 벚나무 아래서 어제오늘 철쭉이 피었다. 지나다가 되돌아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것 봐라.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까지 본 어떤 철쭉보다 예쁘고 싱싱한 자태가 썩 마음에 든다. 또록또록한 아기천사처럼 입 벌리고 아우성치는 철쭉. 다시 돌아온 꽃이 우리를 위안한다. 'I Who Have Nothing'은 남자가 격정적으로 불러야 제격이다. 비교적 간단한 가사를 떠올리며 웅얼거린다. 가진 것 아무것 없이 너만 내게 있다면야 하늘을 걷는 듯할텐데.











Rene Froger, I Who Have Nothing










I - I Who Have Nothing
I - I Who Have No-One
Adore You And Want You So
I'm Just A No-One With Nothing To Give You
But Oh
I Love You

He - He Buys You Diamonds
Bright Sparkling Diamonds
But Believe Me Dear When I Say
That He Can Give You The World
But He'll Never Love You The Way
I Love You

He Can't Take You Any Place He Wants
To Fancy Clubs And Restaurants
I Can only Watch You With Him
My Nose Pressed Up Against The Window Pane
I Love You

I - I Who Have Nothing
I - I Who Have No-One
Must Watch You Go Dancin' By
Wrapped In The Arms Of Somebody Else
When Darlin' It's I
Who Loves You
Who Loves You
Oh I Love You
I Who Have Nothing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가. 사랑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원해요. 나는 당신께 드릴 것 하나 없는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당신을 사랑해요.
그 사람은 당신에게 휘황찬란한 다이아몬드를 사 주지만. 제발 내 말을 믿어 봐요. 그는 당신께 세상을 안겨 줄 수는 없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그는 값비싼 클럽과 식당에 당신을 데려갈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저 창문에 코를 들이대고 당신 모습만 바라봐야 해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는. 사랑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나는. 다른 사람 품에 안겨 춤추며 스쳐가는 당신을 그저 바라봐야만 해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말이에요.
오, 당신을 사랑해요.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지만.



'思索一音' 카테고리의 다른 글

Emiliana Torrini, The Sound of Silence  (0) 2017.04.26
Pablo Milanes, Yolanda  (0) 2017.04.24
Dire Straits, Sultans Of Swing  (0) 2017.04.10
Simon And Garfunkel, The Boxer  (0) 2017.04.07
Semino Rossi, Solo Hay Una Para Mi  (0) 2017.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