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 출신의 이형이 웬일일까. 런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다. 수술한 몸이 정상적이지 않아 복대를 차고서 말야. 건강하다면야 뭔 걱정일까. 젊을 적과 다르다. 더구나 간 이식이란 큰 수술이어서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발 딛는 소리가 벌써 둔탁하다. 허우적거리는 몸이 엎어질 듯 접혔다 펴지기를 되풀이한다. 소리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상태. 허나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 사이가 아니다. 지방질이 늘었다고 여기는 걸까. 한순간에 뺄 요량이라면 어림없다. 런닝머신 위에서의 발은 속도조절을 하거나 적정시간을 넘겨도 사뿐해야 한다. 연사흘 내내 산을 타기도 하는 나는 런닝머신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근력운동만 하다 보니 런닝머신 뒤쪽에서 어정거리게 된다. 헌데 오늘 아침 헬스장은 다르다. 우선 분위기가 있다. 클럽에 들르는 대다수의 사람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런닝머신. 그 위에서 뛰는 여자아이 때문이다. 뛰는 자세도 좋지만 탱크탑만 걸친 차림새가 눈에 띈다. 맨살을 드러내고서 아무렇지 않은 자신만만함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눈치 못 채게 흘깃거리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중요한 걸 놓치는 몰염치한 시선들. 가슴익스텐션 기구에 매달려 있는데 진작 와 있던 사람이 인사를 보낸다. 헌데 여운이 있다.
"괜찮지요?"
"그럼요!"
내 상태를 묻는 건가. 아니면 지금 앞에서 뛰는 젊고 싱싱한 육체에 대한 감상을 묻는건가. 운동에 필요한 건 기본체력과 근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헌데 나는 거기에 보태 자세도 중시하는 편이다. 뛰며 허리를 구부린 사람, 어깨를 웅크리고 뛰는 사람 등을 보면 답답하다. 더러 잘 뛰는 사람이 있지만 한 며칠 봐서 지속성이 없으면 실망한다. 색다르게 쳐다볼 필요가 없다. 상황에 맞게 자기 운동을 하고 가면 그만이다. 뭔가 어색해 웃옷 등을 걸치고 뛰는 사람이 잘못이지 않을까. 예전처럼 누군가의 시선보다 자기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나도 운동만 한다지만 내앞에서 활달하게 몸을 꺾거나 스트레칭을 일삼는 여자아이가 있다면 우선 주눅들어 가까이 가기를 피하지 않았던가. 기온이 올라서인지 하루 걸러 운동을 빠지기도 일쑤이다. 누가 뭐라든 꾸준하겠다던 결심이 무너진 건가. 그렇찮으면 귀찮음이 배어 하나둘 포기하는 것이나 아닌지 염려스럽다. 아무도 없는 산길. 제때 피어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황매화가 유난히 눈부시다. 홑꽃 황매도 있지만 꽃잎이 여러 겹인 겹꽃 황매화도 있다. 죽도화, 혹은 죽단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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