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이어지는 영화. 질리도록 보고 또 본다. 한밤중 방영 프로는 중요하지 않나 보다. 블랙 코미디나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지나치며 볼 때에는 재미있는 영화도 방영하더니 이게 뭐야. 한이틀 틀어 놓자 이도 시들하다. 아직은 폭염이 가시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아도 목덜미에 땀이 배어난다. 방영 프로를 보다말고 샤워를 했다. 쏟아지는 물과 무더기로 쌓인 영화 대사에 질릴 듯하다. 리모컨이 없다.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으니 귀신 곡할 노릇이지. 혹여 다른 짐에 딸려서 옮겨갔나 싶어 자동차 안도 뒤지고, 냉장고 속도 살폈지만 없다. 서랍 안에 쳐박아둔 구닥다리 리모컨을 꺼냈다. 헌데 이건 전원을 넣고 끄는 기능뿐이다. 거기에 방송 채널도 오직 하나만 지원된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본 채널이어서인지 캐치온에서 넘어가지도 넘어오지도 않았다. 동생네에 가면, 거실 티브이 작동에 리모컨을 세 개나 들고 온 동생이 이것저것 누르면서도 혼란스러워 하더라니 내가 그 짝이다. 먹히는 게 있고 안먹히는 게 있다니,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열두시를 넘겨 술 취해 들어온 아이 코고는 소리가 밤을 뒤흔든다. 방 안 공기가 텁텁해 베란다 창을 열었다. 한밤 늑대처럼 울어대는 대신 새벽 세시 십분에 술을 사러 내려갔다. 덩치 좋은 편의점 사장이 창고를 정리하다말고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가만, 저렇게 큰소리를 낸다는 게 웬간히 과장스럽다. 새벽 손님이 두려워서인가. 난데없는 폭우가 팔월 중순을 적셨다.
부팅하면 버벅대는 컴퓨터 하드. 정도가 심해 소프트웨어를 밀고 다시 깔았다. 그게 딱 한달이다. 이후 다시 오류가 나는데, 이거야말로 기술적인 문제이다. 번거롭지만 재차 갖고 가서 고쳐도 시간이 지나자 엉뚱한 문제가 되풀이된다. 특정 뉴스 사이트를 열기만 하면 다운되거나 internet explore가 중단되어 버린다. 할 수 없이 수리해 달라고 보냈더니 매달려 있을 만한 곳이 없다.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는 팔월. 이 길은 어디로 통하는가.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