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같이 나를 단죄하라
너를 사랑한 죄 크다
우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태만
사랑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여긴 무지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 미망과 고뇌 속에 헤맨 방임
눈만 뜨면 '왜 사랑하지 않냐?'고 닥달한 변덕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않은 위선
헛된 망상만 심어준 집착
부서질 것처럼 여린 화석 같은 흔적만 부여잡고 있던 맹목성
네 곁에 머물지 않은 배역
정작 사랑을 잊어버린 미련함 들
하여 나비 날갯짓 소리를 들었다
깊은 어둠 속 말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