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버려도 남는 것들

*garden 2017. 11. 9. 02:30











소식한다. 속을 음식으로 채울 수 없다. 함께 자리한 이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안먹어?', '오래 살 것'이라고들 하면서. 멋적어 웃음으로 응대했다. 대신 앞자리에 있는 술잔을 떨어 넣었다. 먹고나서 음식점이 널린 거리를 지나며 일행은 코를 킁킁거렸다. 제철음식이 좋다지. 전어나 대하 굽는 냄새가 풍기며 떠돈다.
도동항 비탈길에서 십여 분째 '부르릉'대는 전세버스 안. 꽉 막힌 좁은 항구를 향해 달려오는 족족 머리부터 들이민 차들로 인해 꼼짝할 수 없다. 깡마른 운전사가 욕지기에 치받혀 투덜거렸다
"여긴 대책이 없네. 쓰나미라도 밀려와 싸악 쓸어버렸음 좋겠어."
신도시를 만들듯 밀고 새로 짓는 것. 건설업자들이 즐겨하는 일이다. 그러면 괜찮을까. 살다 보면 이십년 뒤에는 다시 밀고 지어야 한다. 잡동사니가 채이는 집 안을 떠올렸다. 버리고 버려도 끝이 없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에 질색해도 아이는 무덤덤했다. 벗은 잠바를 탁자에 던져두고, 벗은 양말은 짝짝이 따로 돌아다녔다. 세탁기를 돌린 겉옷 주머니 안에서는 온갖 신용카드 영수증 조각이 뭉치거나 흩어져 나왔다.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게 당연하다는 눈치이니. 나야말로 살아있는 기미조차 싫은데 말야.
폐인 기질이 발동되었을까. 책을 정리한다. 그 중 한 권을 들었다. 책장을 폈다가는 글 이랑에 한이틀 파묻혀 지냈다. 바깥에 비 오는지 바람 부는지 모른다. 제약 없이 온전하려고 했는데, 와중에도 마음속에 굴러다니는 온갖 헝클어진 실타래. 더욱이 세상 소음이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잊어버리고 있을래도 흔드는 것이 많다. 때때로 울리는 손전화 진동음. 속한 집단의 질기고 질긴 끈들이 나를 옭아매고 있다. 절로 한숨이 났다. 일에 대한 정직함과 열정을 잊은 지 오래. 의연할 수도, 원칙을 고수하기는 진작 틀린 세상이다.











Juan Carlos Irizar, Maite maite maitia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진 자리  (0) 2018.01.16
그 나무 아래서  (0) 2017.11.17
가을 여지  (0) 2017.11.04
여름 장편  (0) 2017.08.22
생활인 걷기  (0)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