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초(楚)나라에 방패와 창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방패를 자랑한다.
"이 방패는 굳고 단단해서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는 창을 들고 자랑한다.
"이 창의 날카로움을 보세요. 어떤 방패든지 못 뚫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이를 듣던 사람이 물었다.
"그대의 창으로 그대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소?"
무릇 뚫리지 않는 방패와 못 뚫는 것이 없는 창은 세상에 함께 존재할 수 없다. 한비자는 요(堯)의 명찰과 순(舜)의 덕화를 서로 비교하기 어려우며, 둘을 동일한 관점에서 기릴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모순(矛盾)의 비유를 들었다. 이를 '자상모순(自相矛盾)'이라고도 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은 상대 말을 듣지 않는다. 이야기 도중에 자기 잘못을 알아채도 쉽게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서열 정하기도 좋아한다. '누가 더 낫지?', '누가 우위일까?'. 나아가 부추기기까지 한다. '이번 기회에 일인자를 가려봐!'.
록 음악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두 그룹이 'Yardbirds'와 'Cream'이다. 이 두 밴드 모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있을 만큼, 이후 록·메탈 밴드들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
영국 록밴드 'The Yardbirds'는 1963년 결성되었고, 1968년 해체되었다. 5년 동안 이 그룹을 거쳐 간 기타리스트들이 바로 영국 3대 기타리스트인 Eric Clapton, Jeff Beck, Jimmy Page였다. 여기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Jeff Beck이다. Jeff Beck은 Jimmy나 Eric과 달리 Yardbirds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기타리스트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앞의 두 사람과 달리 제도권에 안착하지 못하는 기질도 갖고 있다. 여기서, Jeff Beck과 앞의 두 사람이 연주하면 누가 더 우위일까 하는 일말의 호기심도 작용한다. 헌데 모순의 창과 방패처럼 부닥치지 않고, Eric Clapton과 Jeff Beck이 한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잘 어울리면서 한판의 무대를 이끌어가는 좋은 기질은 어디서 오는 걸까.
Eric이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참고로 올려둔다. 서두르지 않고 소개되는 세션맨 하나하나마다 그야말로 일류들이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위한 연주를 한다. 산에 있는 나무나 바위들처럼 제자리를 고수하며,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함께하는 사람과의 끈끈한 호흡이 새삼스럽다. Eric의 보컬도 나쁘지 않다.
Cream 2집 앨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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