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슥한 밤길. 흩트러지는 걸음도 상관치 않았다. 모임에 있다 보니 빠져나오기가 난처했지. 비가 추적인다. 너도나도 이를 핑계대 시간을 끌었다. 다행히 일어설 무렵 비가 뜸하다.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집 가까운 어두운 시가를 더듬다가, 등대처럼 불 밝힌 빵집을 만났다. 문을 닫지 않았네. 유리문을 밀었다. 깔끔한 앞치마에 환한 미소로 맞던 알바생 대신 개수대에서 손에 물 묻힌 아낙네 뜨악한 눈초리를 보고는 '아차!' 했다. 망설이면서도 주춤주춤 들어갔다. 상대도 손 물기를 떨며 서둘러 수건으로 닦는다. 왜 언짢을까. 심술난 아이처럼 서둘러 빵 서너 개와 우유를 손에 잡히는 대로 집었다.
"늦게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종종 오시잖아요!"
그런가. 여긴 외진 길이어서 내키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는데. 상품 가격을 어림한 상대가 내민 카드를 받았다. 계산하기에 앞서 한쪽으로 모아둔 다른 걸 주섬주섬 집는다.
"더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완곡한 거부에도 굳이 여분의 빵을 얹어 부푼 봉지를 내미는 빵집 아주머니. 무뚝뚝하던 표정이 천사처럼 변해 있다.
"꽈배기가 맛있어요!"
아아, 명멸하는 불빛에 눈을 뜰 수 없다. 긴 밤 허전한 속을 채울 요깃거리만 생각한 게 아니었나. 불빛을 따라온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뜨끔하다. 여느때와 달리 싸아해진 바깥. 웃깃을 여며야 할 정도이니. 오늘이야말로 하늘도 깜깜하다. 슬쩍 훔쳐본다. 빵을 뒤섞는 손이 괜히 허둥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