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그 이름에

*garden 2021. 12. 12. 11:58












사이트에 들어가면 본인인증 이외에 필요한 것이 닉네임이다. 닉네임은 이름 외 자기를 기억하게 하고, 알릴 수 있는 또다른 간판이다. 그러기에 약간 익살스러운 이름도 있는가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위인 이름을 따오기도 한다. 동물이나 꽃 이름도 널리 쓰이는 추세이다. 헌데 부르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름은 아예 닉네임으로 못쓰도록 막아 놓은 곳도 있다. 장례식장에 방문한 누군가의 닉네임이 '저승사자'였다는 우스개도 있다. 아는 이의 닉네임이 '에아콘'이나 '나폴레용' 처럼 약간 비튼 이름도 보인다. '엉, 왜 철자가 우리가 아는 이름과 틀리지.' 하며 갸우뚱하다가도 '아마도 거기 거의 동일한 이름이 있기에 순간적인 위트로 바꾸지 않았을까.' 하며 끄덕이기도 한다. 하다보니 내 닉네임도 서너 개 있다. 이것저것 쓰지는 않지만 앞에 든 이유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때마다 만들어진 닉네임도 있다. '가든', '여유', '지지', '느린걸음' 등이다.
'가든'은 이름자이기에 갖다 쓴 닉네임인데, 어떤 이가 다가오더니 혹시 식당을 운영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garden'이라는 영문자를 써 굳어진 또하나의 다른 이름이다. '여유'는 산행팀에서의 내 행동을 보고 누군가 만들어 준 이름이 닉네임이 된 경우이다. 한때 다리가 불편해진 적이 있다. 깁스된 다리로 산에 오른 적도 있지만 예사로 불편한 게 아니다. 또한, 깁스를 푼 이후에도 재활훈련이 필요했기에 '걷기클럽'에 가입했다. 그때 만든 닉네임이 '지지'이다. 그랬더니 첫날부터 선의의 놀림감이 되었다. '에구, 지지~ 거기 서 계심 안돼요!' 등. 엉, 지지가 그리 좋은 닉네임이 아닌가. 누군가 '닉으로 검색을 하면 지나온 족적이 나온다' 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래서 댓글을 달아주었더니, 그게 더 재미 있다고 했다.
'제 닉네임으로 검색해 봤더니, 돌던지지 말아..색깔이 달라지지..받아들여지지..더럽혀지지..관절 부위를 지지..어떠한 책임도 지지(공지때마다)..지지난 화요일에..꽃이 아직 지지..입이 다물어지지..꼴지지만 열심히..다리에 장을 지지..잊혀지지..하루 해가 지지..뒤쳐지지 등 엉뚱한 것이 넘...-.ㅠ'
사진클럽에서는 '느린걸음' 이라는 닉네임으로 게시물을 올렸는데, 거기 적극적인 운영자가 있어, 어느 날 밤 은밀한 쪽지를 보냈다. '오!' 감탄사를 안으로 삼키며 쪽지를 열었다가 실망했다. 쪽지 내용이 의외이니. '느린걸음님, 느린걸음느린걸음하고 입으로 되뇌일 때마다 제 가슴이 답답해 미치겠어요. 제~발 닉네임 좀 바꾸어 줄 수 없을까요!' 이다. 이런런,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얼마나 망설이며 이 쪽지를 보냈을까를 생각하니 내가 답답하다. 닉네임도 일일이 운영자 마음에 들어야 한다니. 답장을 보냈다. 예전 사용하던 닉네임이 있으니 그걸로 쓰겠다고. 그래서 다시 '지지'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마무리되는구나 하고.
물론 'garden, 여유, 지지' 등 나를 대신하는 이름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영원할 수야 없지만 부디 내가 사는 동안 이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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