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사는 일

*garden 2022. 3. 7. 21:00













회사 건물 반지하에 자리잡은 항아리 수제비집. 늘 붐벼 줄을 서야 끼니를 채울 수 있다. 맛있는 건 좋은 사람과 함께해야지. 비스듬히 햇빛 드는 창가 자리에서 동료나 친구와 정담을 나누며 먹으면 즐겁다.
"여기 수제비 맛이 삼청동 할머니 집에 뒤지질 않아요."
내 말에, 수제비를 한입 머금은 누구라도 수긍한다.
더러 밀가루 음식에 까다로운 이도 거부하지 않는 수제비. 추억이 담긴 음식이어서일까. 그걸 화양리 골목식당에서 찾아냈다. 간이 맞지 않아 갸우뚱했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제 맛을 찾아 끄덕이게 되었다. 오늘도 예외없는데. 혼밥이 대세인지라 여자와 남자 사이 탁자에 끼어앉았다.
내 옆 남자가 투박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기 임시선별진료소인가요, 웬 사람이 저렇게 많습니까?"
"요즘 코로나 환자가 장난이 아닌기라예."
수제비집 꽁지머리 남자 주인이 어두워지는 골목 밖을 내다본다. 언제 적부터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이 마뜩찮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 때문에 몇 시간씩 줄을 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니 차암 어이없네요. 그것도 일회용이어서 필요할 때마다 발급 받아야 하는데."
"우리도 여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바람에 별 수 없이 며칠 문을 닫았네요."
"그것 말고도 얼마 전에는 상중이라며 가게 문을 닫아 놓으셨던데?"
각자 테이블에 제각각 수제비 항아리를 늘어놓으며 주방에서 나온 안주인이 얼른 답한다.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다녀왔어요."
머리가 희끗한 안주인 어머니라니. 얼른 남자가 말 끝을 잇는다.
"일단 막걸리 한 병 주세요. 아, 여기 막걸리가 없구나. 소주로 주세요."
가끔 수제비만 먹고 떠나는 바람에 미처 못봤는데, 냉장고 안 술병이 가득하다.
"연세가 제법 되실텐데, 잘 보내고 오셨겠지요."
"올해 아흔인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오지 마라는 걸 억지로 뵙고 왔거든요. 천만다행이지요."
"맞아요. 코로나 등으로 어른들이 있어도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없으니."
"우리가 갔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 며칠 후에 돌아가셨으니 그나마 도리는 지킨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 맛집이라고 유투브에 나왔던데요. 저도 그것 보고 왔었는데 말입니다."
지치지도 않고 화제를 이어가는 남자 때문에 나와 내 옆 혼자 앉은 여자 손님은 귀만 열어두고 수제비를 열심히 먹었다.
"우리야 그런 거 할 줄 모르고, 얼마 전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찍어 간 건 생각나네요."
술 따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름 손과 입과 머릿속이 바쁜 남자는 짓이 났는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닌 게 아니라 어디선가 '웅웅'대며 지나는 차량 소리가 따랐다.
"그나저나 시끄럽네요, 선거 유세 때문에. 둘이 나와서 하면 되는 걸 열댓 명이나 나와서는 정신 사납습니다. 이번에도 꼭 되어야 할 사람은 한 분밖에 없지요!"
자신만만한 남자가 부언설명을 하자 식당 안 분위기가 왜 이리 싸아해질까. 선반 앞에서 안주인이 돌아섰다. 표정까지 험악하다. 다짜고짜로 말을 끊고서는 목청을 높였다.
"그 사람들 이제까지 자기들 위해서만 살았지. 국민들 위해 한 게 뭐가 있다고 또 표를 줍니까?"
남자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  (0) 2022.03.28
일상으로  (0) 2022.03.11
꽃 피고지는 사이에  (0) 2022.02.08
십이월  (0) 2022.01.26
시 간  (0)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