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 유난히 긴 겨울 밤. 어둠에 어둠이 더해져 막막한 세상을 얼음나라를 지나온 바람이 무법자처럼 설친다. 밤에 속한 것이 일절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진작 사방 문을 걸어 잠궜지만 은연중 별별 염려가 더해진다. '아직 아부지도 안오셨잖아.' 선잠에서 깬 우리는 눈을 말똥거리.. 不平則鳴 2012.01.26
[가족♥]그리고 오랫동안 당신이 누운 자리가 비었다. 대신 한낮 열어 둔 창으로 든 노란 햇살이 반쯤 점령했다. 달려갈 적마다 눈을 꼬옥 감고 계시던 어머니. 대체 어떤 행복한 꿈이길래 그토록 쉬임없이 꾸어야 했을까. 더러 말간 미소를 기대하기도 한다. 허나 표정이야 평온하지만 결코 입가에 웃음.. 햇빛마당 2010.05.19
남자로 살아 남는 법 볼일로 역에 나갔다가 여기저기 주저앉은 노숙자들과 맞닥뜨린다. 측은도 하지. 남의 일 같지 않아 우두커니 눈길을 준다. 텁수룩한 차림새와 꾀죄죄한 몰골, 퀭한 눈과 의욕 잃은 몸짓 들을 어이 할까. 천덕꾸러기가 산재한 세상.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그래도 살아 있기.. 不平則鳴 2009.11.26
따로 또 따로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에요? 느닷없이 뾰족하게 찌르는 바람에 말문이 막힌다. 빈둥거리는 것처럼 비쳤는가. 나름대로는 이것저것 궁리하느라 바빴는데 말야. 던지는 말이 일반적이다 못해 막연하지만 농담처럼 받아서는 안되겠지. 대저 저 사람이 나열하는 내 단점이 뭐더라?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 햇빛마당 200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