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따로 또 따로

*garden 2009. 8. 12. 15:42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에요?
느닷없이 뾰족하게 찌르는 바람에 말문이 막힌다. 빈둥거리는 것처럼 비쳤는가. 나름대로는 이것저것 궁리하느라 바빴는데 말야. 던지는 말이 일반적이다 못해 막연하지만 농담처럼 받아서는 안되겠지. 대저 저 사람이 나열하는 내 단점이 뭐더라?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여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무절제와 흥밋거리만 찾아다니는 천박한 습성. 불확실한 미래. 딱 부러지지 못하고 늘어뜨리는 여유.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좀처럼 주변 말에는 끄덕 않는 고집불통인 병. 총족되지 않는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한 벽.
냉큼 답을 못하고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더니 추궁이 차츰 드세진다. 속을 드러내면 안돼, 다짐하지만 오늘도 나는 판정패 할 것이다. 쏟아낸 말이 줄줄이 이어져 강을 이루면 결국은 이를 막아 버럭댈 것이고, 살을 저미는 잔인한 말을 골라 일지매의 매화표처럼 휘리릭 날릴 것이다. 상대가 찔끔한 다음 나자빠질 정도로. 뻔한 결과를 향해 오가는 전철을 거듭 밟으면서도 아이들처럼 티격태격하는 얘기들을 시도때도 없이 꺼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회사일을 마치고 오면 팔을 걷어붙이고 집안일을 도울 것이며, 바둑 등의 잡기로 소일하지 않고, 사 놓기만 하면 가라앉는 주식 나부랑이일랑 이쯤에서 매도하여 그나마 더 이상 거덜나는 것을 피하고,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한 설계를 일단계, 이단계 등으로 구분하여 브리핑 해야만 할까. 막장에서 기댈 언덕도 없으면서 유들유들하여 천하태평인 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행태일랑 싹 접고, 그 어느 때처럼 책과 씨름하던지, 누가 보더라도 건설적인 일에 매진할 거라고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오늘 저녁 근사한 이딸리안 레스토랑으로 나오라고 은근 슬쩍 흘릴까. 단정한 웨이터의 시중을 받으며 고기를 썰고 유쾌한 농담을 뿌리며 포근한 조명 아래서 선명한 와인을 찰랑이며 낮게 깔리는 칸초네를 한 소절씩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 중에 이탈리아 남자처럼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달래 생활 중 이런저런 일로 재인 노여움을 봄눈 녹이듯 풀어주는 회유책을 써야 하는건지.


춘천 가기가 쉬워졌던데, 마침 시간도 있으니 한번 다녀올까? 근방 휴양림에서 맞는 안개 서린 아침이랑 솔 향기를 맡으며 후루룩 먹는 막국수 어때?
그냥 넘길 여름은 아니다. 가까운 데라도 다녀와야지. 다짐하고 일러 두었건만 계획은 어긋난다. 이른 열시가 가깝도록 이불을 둘둘 말고 늦잠을 즐기던 사람이 식전에 마파람처럼 없어져 버리지를 않나. 제 아빠가 짐을 챙기자 진작 친구와 약속을 하여 가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고 딱 부러지게 받아치는 작은 녀석을 보고는, 휴가를 나와 따라나설 듯 우물쭈물하던 큰 녀석이 그제서야 저도 친구와의 약속이 생각났단다.
다들 무엇으로 사는가.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추론에 대한 설명이나 판단을 받아들여야 말이지. 인제는 서로에게서 받는 위안이나 기대감보다 바쁘게 나대는 중에 어쩔 수 없이 대면해야만 하는 서글픈 군상. 집 안 한쪽에 선 전봇대인양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식구들. 우선은 방치하겠지만 마냥 넘어갈 수 없는 괴리감이 뭉쳐 머리 한쪽을 누른다. 당장의 선호나 가부 등으로 단절되는 판국이 씁쓸하기도 하다. 단지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유대를 이어가기에는 개인화에 따른 해체가 더 빠르지 않은가.












Biscaya * James Last 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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