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창 오늘은 어떤 날인가. 생의 전환점이 될 기발한 사건이나 일이 예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거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삼월 삼일이 삼겹살데이라면 구월 구일은 구구데이, 혹은 고백데이라고 한다. 시월 사일은 천사데이이고, 시월 이십사일은 이즈음이 사과가 나는 계절.. 不平則鳴 2011.11.08
거기, 숲에서 휴일 다음의 복도는, 흰 페인트 칠을 해 병원 같다. 도료 냄새가 가시지 않아 숨을 참으며 걸음을 뗀다. 가만, 방금 엇갈린 저 여자, 어째 얼굴이 낯익은데 누구더라. 별안간 구슬이 튀듯 환한 인사가 발길을 잡는다. 돌아보는데 눈을 반쯤 감으며 배시시 웃는 얼굴. 얼른 알아채지 못해 어.. 不平則鳴 2010.06.04
달이 대밭 속으로 들어갔다 근원을 알 수 없어도 바람은 세상 곳곳에 있다. 종종걸음하는 허기진 아이들과 발걸음을 섞었다. 아이들 말간 살갗이 까칠해졌다. 온종일 씨름한 바람과 섞여, 아이들은 누운 콩 줄기를 쑤셔 쭉정이를 뒤진다. 휘파람 소리, 어디서 새가 운다. 허공을 지치는 소리를 듣고 바람이 더듬어간다. 들의 공허.. 不平則鳴 200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