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간 이 겨울은 내년 겨울과 같을 것이고, 지금 또한 수없이 되풀이하겠지, 매번 달라진다 하지만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또 다시 다가오는 내일과 다름없으니 결국 우리는 구불구불한 양장 속을 꾸물대며 버티는 잉여물에 다름없지 않은가. Giovanni Marradi, Unchained Melodies 不平則鳴 2022.01.02
여전한 그때 눈을 떠도 미처 돌아오지 못하는 정신. 밤새 늘어뜨린 육신이 버겁다. 이렇게 새 날을 맞을 수야 있나. 아침은 머리맡에서 서성이고 지난 밤은 하체께에 웅크리고 있었다. 감감한 어둠 쪽에 둔 발을 꼼지락거린다. 몸을 일으키려다가는 포기했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맞는 아침도 이랬.. 不平則鳴 2011.09.15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4.19탑을 지나 아카데미하우스 정문을 비켜 선 북한산 들머리. 이름만으로도 오금 저린 칼바위로 오른다. 드러내기보다 조심스레 숨어드는 숲길. 빙폭을 품은 내를 벗삼아 오르면 어느 순간 가파르게 쳐올라야 하는 백척간두의 성. 성문을 깨고 든 점령군처럼 용의주도하게 성벽에 선다. .. 햇빛마당 2009.12.29
아침에 잠시 걸음을 떼다말고 멈췄다. 출근중이지만 어차피 시간이야 넉넉하다. 몸에 배인 습관 때문에 서둘렀을 뿐. 굳이 다른 이유를 들자면, 아까부터 뒤를 따라오는 신경질적인 하이힐 소리가 거슬린다. 소리는 바닥에서 콩콩거리다가 급기야 하늘을 요란스레 두드리기도 한다. 눈이 내릴려나. .. 不平則鳴 200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