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행복하지 않나요

*garden 2009. 3. 16. 15:31



도깨비와 가까이 지내보라.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속 갖다 줄 것이다. 그러다가 막판에 다다르면 꼭 도깨비는 주었던 돈을 다 내놓으라고 생떼를 부린다. 이건 도깨비의 성격 탓이므로 앞뒤를 따지고 정황을 설명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미리 이런 도깨비의 성격을 간파하고 돈으로 땅을 사 두면 빼앗기지 않는다고 했다.
도깨비 변덕만큼 오락가락하는 아내. 오늘도 저기압이다. 눈길도 맞추지 않고 표정도 시무룩하며 짜증스러운 기색이니. 뭔 일이 있나? 슬쩍 멍석을 깔았더니 이내 줄줄좔좔 쏟아내는 사연. 상리에 맞지 않는 주변 동료 이야기라나. 듣고 보니 화를 낼만도 하다. 짐짓 화나는 척 동조하고 위로를 보낸다.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있다니. 쫓아가서 한대 쥐어박을까?
모여 사는 세상에서 사람을 물리치는 일이야말로 나쁘지만, 이렇게 전해 듣는 그네들은 왜 대개가 하잘것 없을까. 초라한 인간성에 행위마저 가엾어 혀를 찰 수밖에. 여러 사람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가급적 피하는 게 기본 예의이지 않은가. 질시를 받지 않으려면 그에 따른 절제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할 텐데. 다른 이에 대한 험담을 하기도 싫지만 실은 나도 그렇게 입에 쉽사리 오르내리는 게 싫다.
몇 집이 어울려서 나들이를 간 적이 있다. 산책을 하다가 신명이 났다. 몇몇이 아래쪽에서 대기하고 일부는 계곡을 따라 산을 올랐다. 평소 산을 타지 않는 일행이 그 날따라 앞장선다. 별일이라고 웃으며 어찌어찌하다가는 거의 정상까지 가 버렸다. 바람이 사나운 몸짓을 보이는 날이다. 등산팀이야 그런 대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아래쪽에 기다리는 일행이야말로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이 빠진다. 늦은 시간에야 합류했는데 혼쭐이 난다. 안전이라든지 산행에 관한 문제여서 내가 나서서 얼버무린다. 이해를 했으리라 여겼는데, 나한테는 웃음을 보이던 사람이 나중 산행한 사람들을 따로 불러 두고두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화가 났을 게다. 결국 화풀이를 해야 하는데 나를 건너뛰고는 만만한 이를 족쳤다고 해야 할런지.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방을 지나는 참이라며 차나 한잔 하자길래 마주 앉았다. 선한 웃음이 여전하여 마음이 놓인다.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데 결국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까지 쫓아나온다. 아차 싶어서 조심스레 운을 뗀다.
행복하지 않나 보네요.
주변 만류도 마다하고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쫓아가 같이 사는 사람. 잘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집착력을 심하게 보여 견디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추궁하며 압박하다가는 폭행으로까지 이어지는 병이 아닌 병. 도대체 행복의 이면에는 이렇게 안타까운 사연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 걸까.


아침에 집을 나서며 넌지시 물어본다.
행복하지 않아?
아니, 행복해요.
다행이네.
늘 조심스레 걸음을 떼고 침착하게 경로와 궤적을 확인한다. 도처에 도사린 불행 때문에 신음하는 사람들. 저녁에 들어갔더니 표정이 심상찮다. 그렇찮아도 요즘 걸핏하면 연예인 자살 소식이 들리던데. 설마 우울증depression은 아니겠지.
왜 그래?
자꾸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눈앞에 닥치는 일에 연연하여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 이 사람은 미래의 불행까지 진작 불러다 놓고 현실의 행복을 지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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