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어제의 오늘

*garden 2009. 4. 22. 16:16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을까. 무턱댄 걸음에 발은 허공을 헤집고 입은 단내를 머금었다. 그래도 주저앉아 있을 수야 없지. 별뜻없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꿈을 꾸면서 또 꿈을 꾸다니. 그것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자동차가 바삐 지나는지 짧게 울리는 경적 소리를 들은 듯도 하다. 전조등을 번쩍였겠지. 반쯤 열린 현실과 꿈과 또 꿈이 섞인다. 와중에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하건만 고를 수 있어야지.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 같은 세상. 애닯게 헤매는데 딱히 무엇을 찾는지도 떠올릴 수 없다. 잡힐 듯 하다가도 오리무중인 꿈이 안타까워 내지르는 한숨. 자는 중에도 알아차렸는지 식구가 일어나서 깨운다. 그래도 이참에 깨는 건 싫어. 촛점 없는 눈을 멀뚱멀뚱 굴리다가는 다시 누웠다. 아까의 꿈으로 몰입해야지. 간신히 찾아 들었는데 장소가 바뀌어 있다. 조바심이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사방이 훤해지며 빛이 들이찬다.


꿈에서처럼 이적지까지 헤맨 여정. 만족스러운 때가 있던가. 움켜쥐었다 싶어 뿌듯해 하다가도 손을 펴면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가진 게 있었어야지. 아쉽지도 않건만 왜 떨치지 못하고 해찰하는가. 깡말라 광대뼈가 유난스런 노인장이 저만큼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는 관심을 보인다.
거기 찾는 기 무어요?
글쎄요.
답답허구마이. 시방 젊은이들은 말도 당차게 하더마이?
퉁명스러움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일려는 걸 누르며 허리를 편다. 양손으로 앞에 한아름은 됨직한 공간을 만든다.
오래 전 여기 커다란 팽나무 두어 그루가 있었던 듯 싶습니다만 보이지 않는군요.
노인이 한쪽발을 꼬나 당기더니 손가락을 코에 대고는 팽! 채인 콧물을 뿌리며 딴청이다.
뭐라카노? 나무는 무신, 구게 운제 있었따고 찾노?
옆에 세워둔 지게를 다시 진다. 어디서 누가 부르는지 어이~대꾸를 높이고는 가는 노인장, 기어이 긁는다.
쓰잘데기 없는 짓 말고 얼릉 내려가소. 차라리 친구들과 술이나 한잔 나누던지.


어릴 적 뛰놀던 자리가 몇 날 며칠 꿈에 어른거렸다. 기억의 편린이라도 더듬으면 나을까 했지. 마땅한 예정도 없이 불쑥 내려왔다. 새삼스레 과거로 돌아가 안주할 수야 없다. 도전은 더더욱 아닌 모호한 걸음. 뒤돌아보며 낯을 찡그린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살에 눈이 부셔서. 산등성이를 끌고 더듬거리는 그림자를 보며 순간적으로 의아했다. 저건 마을과 반대쪽인데. 걸음이 어찌나 더딘지 일각에 서너 걸음이나 뗄까. 포근한 저 둔덕을 알만하다. 동네 아이들과 씨름도 하고 몸을 뒹굴리며 유쾌하게 터뜨리던 웃음 소리가 들린다. 맞은편 언덕에 서 있던 그림자가 손을 들었다. 아래쪽에서 올라간 인영이 그 손을 맞잡으며 주저앉는다. 하두 떨어져 형체만 보이는 그림자에서 삐죽삐죽 돋아난 가지가 사방으로 벋었다. 내일은 비가 오려는지 햇무리가 서쪽 하늘에 떠올랐다. 권층운에 온난전선이 다가오면 저런댔지. 그 옛날처럼 팽나무 두 그루가 울퉁불퉁한 자태를 저녁 으스름에 우뚝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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