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그 섬에서

*garden 2009. 6. 24. 16:11





섬인 채 머물고 싶은 적도 있었지
막막함에 싫증나면 또 다른 섬을 찾지
허나 섬으로 섬에 다가갈 수 없는 우리를 본다
자위의 주문이라도 우물우물 매일 아침 입 안에서 꺼내자
천만 년이고 억만 년이고 견뎌보자고 견뎌보자고
과연 그렇더냐, 적막 속에 앉아 있어 봐라
침잠해 가라앉는 중에 마음 한곳 걸어 둘 데가 있어야지
족저근으로 스민 냉기 심이라도 올려 진정될 수 있다면
숙념이라도 지울 수 있거늘
두리번거릴 때마다 떠가는 섬
견디기 어렵다고 일렁이는 전갈이라도 보낼라치면
발치께 갑지럽다고 움찔거리기라도 해야지


애꿎은 세상, 한바탕 악다구니라도 퍼부으면 나을래나
먼 데를 지나온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회돌이 친 파랑이 아랫도리를 휘감는다
애당초 섬이던게 잘못이더냐
갈맷빛으로 단장하는 여름, 지겨워도 영혼 한자락 물들인 적 있더냐
시도때도 없이 하늘이 몸 담그는게 싫다고
사구 모래를 사정없이 끌어내리지 않았더냐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겠다고 언제 속시원히 웅얼거린 적 있었나
비잉 둘러쳐진 부표 금을
하루에도 열댓 번 넘나드는 여객선마저 숨소리를 죽이지 않더냐
목 빼고 기웃거리면 어림없는 해원의 나태함에 어질어질했지
수신거부와 스팸등록으로 메일을 차단하듯
우리 세월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Illumination *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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