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쏟뜨린 국에 데어선

*garden 2009. 6. 26. 16:06




한낮 거리가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멕시코의 어느 마을 같다. 난무하는 백색 태양과 끊어진 인적. 바람도 없이 늘어진 가로수 아래 좌판만 덩그렇다. 토속 목걸이나 장식 걸이 등을 늘어놓은 인디오도 졸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연신 하품을 해댄다. 오묘한 잉카의 소리라는 삼뽀냐Zampon~a라도 연주하면 오가는 이들 눈길 끌기엔 안성맞춤일텐데. 허긴 질긴 폭염 속에선 뭔들 엄두나 낼 수 있을까. 빈 정경이 오래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점심시간이 되자 네모진 빌딩에서 꼬물꼬물 나서는 인파. 오늘은 시원한 게 좋겠지? 냉콩손칼국수가 맛있다고 붙여놓은 곳이 있던데 어때? 식도락을 즐기거나 미식가가 아닌 이상 진을 뺄 필요는 없다. 메뉴를 바꾼다는 것도 귀찮고. 동료들과 익히 가는 한식집에 둘러앉았다.


불황이 심할수록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음식점. 어제 개업한 식당이 오늘 단장하여 업종을 바꾸기도 한다. 딱한 일은 맛깔진 음식을 내는 곳이 드물다는 것. 애초 잘하는 기미가 보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다시는 찾지 않기에. 어쩌다 성에 안차면 아예 발을 끊는 동료도 있다. 식당 입장에서야 한 사람이라도 단골을 더 늘여야 하니 안달하고.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면 좋아하고 가지 않으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마주쳐도 인사조차 피하는 빤한 행색을 보이기도 한다.
종종 들르는 집이라 허드렛일을 거드는 아주머니도 낯설지 않다. 인사를 건네며 된장찌개를 상에 옮긴다. 걸개로 쥐었는데 힘점이 제대로 받혀지지 않아 기우뚱하다가 탁자에 떨어졌다. 끓던 된장국이 튀어 발목께에 투둑 떨어졌다. 얼른 바지를 걷고 양말을 벗었지만 금새 살갗이 발갛다. 쓰라린 데에도 불구하고 당황하는 아주머니가 측은해 내색을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설마하던 게 상처가 커졌다. 물집이 잡히다가 터져서는 엉망이 되었다. 병원에서는 진작 오지 않았다고 탓한다. 이런 상처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곤 했던 적이 한두 번이었어야지. 대범한 척 있는 걸 힐난하듯 걱정스런 어투를 낸다. 이도화상이라며 흉도 남을 거라는데, 이 주일 정도 고생을 하겠다나.


재미있는 사실은 사안에 따른 반응이 제각각이라는 것.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속없이 늘상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게다. 당사자가 되면 그럴 수 없다. 요즘 쉬이 듣는 단어들, 사퇴, 단식, 삭발, 퇴로 없는 외길 수순 밟기에다가 폭력, 강성까지. 심지어는 주변 사람들조차 다그치는 게 예사이다.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섣부른 예단을 하려는 건 아니다. 곤란을 겪으면서 비로소 사는 면면을 아우르게 되다니.
휴일 내내 통증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주저앉자 원인에 대한 노기가 치민다. 동료들이야 대수롭잖게 여긴다. 식당에 가서 말할까 하고 꺼냈더니, 뭐 그럴 필요까지야 있느냐고 되묻는다. 집에선 상처를 보며 길길이 뛴다. 끽소리도 못한 바보, 멍충이라 하며. 결국 그 한식집에 다시 갔다. 다친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일러두어야 조심하여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지. 양말을 벗어 덴 자리를 드러낼 때만 해도 그 아주머니 왈, 어머, 살결이 너무 희고 여려요 하며 엉뚱한 변으로 슬쩍 넘어가지 않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통증으로 찡그리는 판국에 던지는 말이라니. 나도 우스개를 즐기기에 벌컥 화를 내기도 가당찮아 관두었지만, 자발 없는 귀신은 무답도 못얻어먹는다는데. 차제에 반성하게 만들어야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쫓아나왔다. 백배사죄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당신 불찰이라는데 무얼 덧붙일까. 정작 잘못한 아주머니도 상처를 보고서는 아예 입을 다문다. 미안스러운지 나중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조치라고는 치약을 바르면 괜찮다며, 그 날 맨 살갗에 잔뜩 짜놓아 실소를 짓게 만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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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la Verena * Potsch Potsch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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