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습관처럼 취하는 뉴스. 뻔해 듣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중독이다. 잠에 빠져 있던 중에도 세상은 깨어 있었기에 등한시할 수 없다. 대개 좋은 소식보다 그렇지 않은 소식이 많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놀라거나 혀를 차기도 하며 눈을 크게 뜬다. '어떻게 그럴 수가?' 분개하여 치를 떨기도 한다. 뉴스의 이면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끔찍해진다. 사람 본성이 선한 면보다 악한 면에 더 많이 속해 있는 것 같아서.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는 구글, 사명이 10100을 뜻하는 구골이라는 단어를 잘못 표기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구글의 기업모토가 'Don't be evil' 이라 한다. 대표성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대체 얼마나 많은 사악함이 세상을 횡행하기에 이런 역설적 가치관을 내세웠을까.
천인공노할 범죄에 많은 이가 격앙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뒤늦게 법을 정비하고 이에 준해 추호의 아량 없이 대처한다지만 이미 저질러진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다. 반인륜적 범죄에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지만 그런다고 그러한 범죄가 감소하거나 일어나지 않을까.
온갖 일에 맞닥뜨린다. 살기가 팍팍하여 저지르지 못할 일이 없다. 무료한 세상에 염증이 나서, 때로는 심심하여, 자각하지 못하여 일으키는 범죄도 다반사이다. 비근한 예를 들면, 아들이 부모를 칼로 찌르는 것도 모자라 사체를 유기하는 것은 물론 자기는 태연히 유흥에 몰두하다가 발각되면 남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런 반사회적인 성향에 대해 범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일면식이 있는 이웃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평소에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내성적이며 말이 없는 수줍은 범인들의 모습에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추론해내기란 무리였노라고. 왜 그런 짓을 했을까를 뇌까리며 혀를 찬다.
가장 이성적일 것 같은 사람들이 막상 일이 닥치면 감정적이다. 의결체에서 표결이라는 의미가 사라진 지는 오래. 설득이나 회유, 타협 등의 과정은 생략한다.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 허나 내 권위만은 내세워 다른 이들을 억누르고 싶다. 지향하는 바가 아니면 결사항전한다. 단상을 점거하거나 쇠사슬로 묶어 동료들과 함께 인간띠를 두른 채 진행을 방해하기 일쑤이다. 어떻게 하면 더욱 자극적인 모습을 비춰 나중 표를 끌어 모으는 데 도움이 될까에 골몰한다. 날뛰면 돋보여 차별성이 드러날 거라 착각한다.
퇴근길 전동차 안에서 누군가 통화를 하며 목청을 높인다. 일과가 고되었는지 다들 지쳤다. 유들유들하게 앉아 있었는데 계속 신경을 긁는 소리가 짜증스럽다. 차츰 고개를 빼 두리번거리며 확인하려든다. 정작 본인은 이를 자각하는지 못하는지, 손전화 저편 상대방 말을 뭉개며 계속 떠들어댄다. 사람들 표정이 이제 울그락붉그락거린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바깥 추위를 상쇄하려는 듯 후덥지근하게 난방을 올려 놓았다. 맨살이 드러나지 않게 싸매고 있던 모자나 목도리 등을 벗고 끌른다. 통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이어져 소음인데. 못마땅하여 웃도리를 쥐어 뜯고픈 표정들이다. 받혀 입은 슈퍼맨 복장을 드러내 큰소리로 발악할 것인가. 손에 땀이 배도록 칼을 꺼내 쥐고서는 뾰족한 소리가 오르내리는 곳으로 신경을 집중시킨다.
지금 네게 가는 중이란 것을 떠올릴 수 없다. 번뜩이는 살의를 감추어야만 하는데.
Paris Night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