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겨울 한복판

*garden 2010. 1. 14. 14:32




연일 곤두박질해 낮은 곳에서만 머무는 기온. '기름값이라든지 생필품 가격이라든지, 다들 오르는 것뿐'이라고 투덜거렸는데.
"육 년만에 가장 추운 날씨라네."
"그래도 예전 추위가 이보다 더 했던 것 같으이."


생활이 핍박을 받든 말든 사태난 눈을 보는 시선은 흡족하다.
"청소하러 오시던 아주머니가 주차장 근방에서 미끄러져선 뼈에 금이 갔대요. 이 추위에 갑자기 대체할 인력도 없고."
이해해달라는데 그치지 않고 쓰레기 등을 줄이는 방법을 전하며, 각 사무실마다 당번을 정해 대신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잘잘한 쓰레기를 수거한다. 호피 무늬 털옷에 긴 가죽부츠를 착용하고 생머리로 멋을 낸 우리 사무실 아가씨들이 고역이다. 코를 잡고서는 쓰레기 더미를 운반한다. 짧은 치마에 타이즈로 멋을 낸 다리가 가엾다.
바람이 잠잠해 망정이지. 옷을 잔뜩 껴입거나 털모자나 목도리 등을 두르고서도 질린 오가는 사람들 표정. 부랴부랴 염화칼슘을 살포하고 제설작업을 마친 간선도로와는 달리 주택가 이면에는 길 양쪽으로 눈더미가 산을 지어 통행을 방해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다시금 들리는 큰눈 소식이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채소값이 올라 김밥에는 아예 시금치 등이 빠졌다고 한다.


이맘때면 신년하례라는 핑게로 모이는 친구들. 나름대로 제자리에서 인정 받아 어깨 힘을 주고서는 난체잰체하는 녀석들이 파장에는 왜 늘 난장판인지. 권하고 퍼마시는 것만이 사명인양 떠들며 노래 부르고 어깨를 곁고선 놔주질 않는다. 인생이 짧다하고 이녀석 저녀석을 붙잡고서는 울고 웃으며 이차, 삼차도 모자라 온 밤을 헤매게 하질 않나. 술에 떡이 되어서도 아직 팔팔하다며 지나는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지 않나, 틈만 나면 엎어져 코를 골면서도 자리를 피해 일어서려면 용케 눈을 떠 말린다. 역정이라도 낼라치면, 외려 울상을 짓고 의리에 호소하다가 너도 없고 나도 없이 '벌컥' 하며 악을 내기 일쑤니. 겨우 아침을 맞았다. 헐레벌떡 들어가서는 씻고 차려입고 나와 내색도 않고 앉았다.
스스로를 돌아봐도 용타. 사는 게 별건가. 있어도 아닌 척, 없어도 그런 척 연기하며 살아야지. 장동건이나 이병헌처럼 쥐뿔 난 출연료 한푼 주지 않더라도.











Beethoven's Silence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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