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물과 난, 춤사위

*garden 2010. 9. 15. 10:55




장난감을 사 왔다. 부품이 많고 조립이 복잡하여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날 며칠을 씨름하던 꼬마가 뜻대로 되지 않자 화를 낸다. 모른 척 휘파람으로 익숙한 선율을 끄집어낸다. 눈치를 보며 가라앉히는 꼬마. 함께 앉았다. 부품을 찾아 맞추며 완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흩뜨러진 가운데 적당한 부품을 찾아 내미는 고사리손. 마지막 부품을 겨우 끼우자 이를 지켜보며 표정으로 용을 쓰던 꼬마가 손을 번쩍 들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화나는가. 그래도 그게 어딘가. 미흡한 대로 만족해야지.
갈망하던 민주화의 터널을 지나 처절한 노동투쟁으로 겨우 쟁취한 댓가라 하자. 이만큼이라도 다행이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외제 승용차. 음식점이 몰린 골목마다 저녁 시간이면 어깨 맞부딪히도록 흥청거려, 막상 겨울이 닥친대도 내일 양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덧 청년이 된 우리 꼬마. 벌이야 신통찮아도 굳이 그랜저를 몰고 다녀도 괜찮은 건 미래에 대한 낙관도 낙관이려니와 비빌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꿰어 맞춰지도록 되어 있다. 나날이 좋은 때, 가만히 들어앉아 있지 못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불러내 어울리며 먹고 마셔서는 늦은 시각이면 불콰하다. 배 부르면 걱정거리는 저절로 사라진다.


시각에 맞춰 분수광장으로 달려간다. 넉넉히 준비했어도 의외로 촉박하다. 저기쯤 주차해 버릴까. 분수에 최단거리로 가 닿을 수 있다. 고개를 흔든다. 굳이 그럴 필요야 없다. 걷는데 이력이 나 있으니 떨어지라도 마땅한 곳에 차를 대자. 이삼십분 걸으면 충분하니까.
저번에 봐 둔 자리가 이제서야 보니 잔디밭이다. 그땐 사람들이 잔뜩 주저앉아 있어 몰랐는데 오늘은 덩그러니 혼자 서 있으려니 무안쩍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오랜만에 그친 비로 풍광이 생경하다. 킁킁대자 새삼 들이차는 풀과 나무 냄새. 또다른 계절을 알리려는 듯 풀벌레 소리가 낮게 어우러진다. 바람을 타고 안내방송이 웅성댄다. 조만간 분수에 물을 뿜어 올리겠지.
익숙한 음악이 흐른다. 선율에 따라 솟은 물길이 출렁댄다. 조명이 바뀐다. 저절로 신음성을 낸다. 의외로 정경이 넘쳐 화면에 담을 수 없다. 저번에 보던 물줄기의 몇 배는 됨직하니. 부랴부랴 삼각대를 챙겨 이동한다. 훨씬 비껴나 뒤쪽에 꼼꼼하게 자리를 고정한다. 이번에는 통로 안이라 사람들이 얼쩡거려 방해된다. 지나던 이가 힐끗 보고서는 카메라를 막아서기도 한다. 장내 정리는 어른들 몫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기웃거린다. 제지한들 자기 성깔대로 부득부득 행동하려는 사람들. 곡이 끝나기를 기다려 다시 이동한다. 새삼 훌쩍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부모들이 간섭하지 않아, 방기된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녀 조바심을 낸다. 물결이 포물선을 그리며 일렁거려 노출을 줄인다. 그래도 순간을 잡아내기에는 벅차다.
의도하지 않은 사진을 나열하다 보니 조잡한 감도 있다. 시간은 저녁 일곱시 반에서 여덟시 이후 사이에 찍었다. 얼마 전 꽃을 피우고서도 다시 꽃대를 올리는 창가 한란을 떠올렸다. 마디에 고뇌의 흔적이듯 매달린 물방울이 오히려 귀하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라던 한가위, 물 춤사위를 보며 행복한 때 맞으시기를~









































































































Wayward Nile * Chant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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