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분수광장에 가다

*garden 2010. 9. 14. 13:27




새삼스러운 얘기를 꺼내 보자.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씩씩하게 걸을까, 노래 부를까. 이도저도 아니면 빈둥거리며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할까. 중국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며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도 좋겠지. 훌쩍 떠나는 여행도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하지만 시간이 관건이다. 물론 목적지나 경유지에 따라선 비용도 염두에 두어야겠지.


광장으로 통하는 세 갈래 길목의 트레비. 오랜 물길에서 비롯된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 섰다. 등 뒤로 동전 하나를 던지면 로마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장난삼아 던졌는데, 견비통으로 팔을 제대로 벋지 못했다. 동전이 분수에 가 닿지 못하고 이방인의 머리에 떨어졌다. 여행객이 영문을 모르고 두리번거리다가 웃으며 동전을 챙긴다. 환율을 따지자면 속쓰린 유로동전을 다시 꺼내 던졌다. 동전 두 개를 던지면 간절히 바라던 사랑이 이루어진대나. 분수 광장 한귀퉁이에 있는 본젤라또점에는 사람들이 쉴새없이 드나든다. 거기서 불문율처럼 사 먹어야 하는 아이스 크림. 왜냐하면, 로마의 휴일에 나오던 앤 공주로 분한 오드리 헵번이 그렇게 했으므로.
샌프란시스코의 음악분수도 유명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볼 수 있는 분수나 두바이에 설치된 바닥분수도 장관이어서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우리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지. 그럴듯한 분수가 우리나라에도 곧잘 만들어진다. 쉬운 말로 동양 최대 높이로 솟는 분수. 호화롭기로 이름난 지하광장 분수. 돈을 쓰는데 한정이 있나. 광장을 꾸미고 그 중앙에 음악분수를 설치한다. 노래를 따라 물줄기가 춤을 춘다. 때로 불길도 치솟아 상극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는 사람들이 환호한다.


여름 저녁을 집 안에서 버틸 수 있어야지. 붐비는 분수광장. 너도나도 볼거리를 찾던 차에 잘되었다. 돗자리를 깔고 먹거리나 마실 것 등을 꺼낸다. 그 뒤에 나도 동참한다.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기다리는 데에도 분수 물줄기는 미동이 없다. 알고 보니 오늘은 조금 전에 일정을 마쳤다고 한다. 반대편에 주차를 했다. 후덥지근한 길을 바삐 걸어오느라 여지껏 숨이 가쁘다. 목덜미를 적신 땀을 훔치며 손부채로 식힌다. 작정하고 나왔건만 낭패다. 허긴 바라는 일이 척척 이루어지는 삶이라면 재미없지. 흐르는 물길을 되돌리거나 허공에 띄우고는 즐기는 일이 쉬울 수 있나. 지형지물을 살핀다. 자리나 봐 두고 가야지. 분수작동 시간 등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연후에 나와야겠다. 이것저것 재어 보지만 바쁜 일과를 거치다 보면 이도 헛된 염불이 될지도 모른다. 설파하면 누군가는 콧방귀를 뀔게다. 그래도 다음을 기약해 두는 거야 나쁘지 않다. 여유만만한 사람들 표정이 그나마 위안이다. 어두워지면 더 북적이는 공원, 갖가지 조명으로 오히려 대낮보다 밝은 세상을 활보하는 군상. 살기 좋은 동네. 이게 우리네 보편적인 현실이라면 다행이련만.
















Only Our Rivers Run Free * James Last Och.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이 커질 때  (0) 2010.09.16
물과 난, 춤사위  (0) 2010.09.15
꽃의 주검  (0) 2010.09.09
악이 대세이다  (0) 2010.09.02
습관의 창  (0) 201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