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달이 커질 때

*garden 2010. 9. 16. 14:09




달이 차기 시작하면 은근히 성재를 욱죄는 걱정. 허리께를 잡고 굴신이 어려운 엄마를 지나치며 이웃 아주머니들은 괜히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무이가 아픈 건 성재 니가 두고두고 갚아야제."
하기 좋은 말이라도 그렇지, 걸핏하면 입을 모으는데. 눈썹이 부리부리한 성재 아버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쪽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군림하는 것 같아도 어림없다. 딴은 속셈이 있겠지. 아부지 앞이라면 꼼짝 못하던 엄마가 팩 토라진 적 있다. 혼날 게 뻔히 보여 괜히 내가 떨리는데, 암말 없이 슬쩍 안아 주던 아부지. 눈 흘기던 엄마 얼굴이 얼핏 붉어지는 걸 봤다. '아차!' 했을거야. 초조함을 감추겠디거 헛간 앞에 재워 둔 똥장군 지게를 들어내면서 담배 끝을 누런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이러구러 일을 끝내고서도 엉덩이를 붙이지 않고 도랑에 나가 투망질을 한다. 돌틈으로 올망졸망 숨어다니는 고기들은 눈치가 빨랐다. 고걸 채기는 커녕 일찌감치 초저녁에 빠진 달조차 건지지 못했으니. 그래도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당신은, 손바닥에 침을 뱉어 문지르면서 수십 번을 더 그물로 도랑을 훑는다.


그리하여 다음날 겨우 아침 상에 오른 얼큰탕 한 냄비에 일고여덟이나 되는 조무래기들이 입맛을 다시며 달려들었다. 와중에 미처 숟가락질을 못한 성재가 볼이 부었다.
"어무이는 우예 아프기만 하믄 달을 도랑에 빠뜨리노? 아부지가 밤새도록 그물질하게."
"안그래도 힘든 어무이한테 니까지 와 그라노? 나중 아부지 그물에 실한 쏘가리 두 마리가 들었길래 이래 탕이라도 끓여 묵는기라."
눈치 빠른 성재 큰누나가 등판을 철썩 치지 않았으면, 식전 엄마 지청구가 한사발이나 늘어졌을 법하다.
지금쯤 성재나 입술 왼쪽 아래 까만 점이 있던 성재 누나는 저 달을 보고 있을까나. 어디에 가 있거나 둥둥 떠 따라다니는 달을 보며, 걔네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때 성재 엄마가 달을 도랑에 빠뜨리는 까닭을 비로소 알았을까. 그럼 성재 아부지는 달을 어떻게 건졌을까.














Memories
* Maestro Cey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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