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마지막이기 위해서는

*garden 2010. 10. 9. 08:04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말라던, 행복멘토 최윤희 씨 부부가 동반자살했다. 연전 긍정적인 삶에 대하여 사내강연까지 한 적 있기에 뉴스를 들으며 우리는 더 허탈하여 말을 잃었다. 하지만 뉴스 안 사정을 들으며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 지병에 대한 고통스러움, 사후 처리에 대한 미안함을 유서로 나타냈다.


새삼 숙연하다. 마지막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
한참 전 질문을 받았다. 만약에 삶이 삼분 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고. 질문이 작위적이기도 하거니와 굳이 그렇게까지 절박한 경우를 떠올리고 싶지 않기에 애써 무심코 넘겼던가. 한편으로는 비행기 추락 순간에도 침착하게 펜을 꺼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메모로 남겼다는 일본인 가장을 떠올리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 공자는 '지는 꽃잎처럼 그렇게 가는구나'라고 말했단다. 로마의 대정치가이자 정복자인 카이사르는 그 유명한 '브루투스 너마저도.....'라는 말로 회한을 나타냈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의 집에서, 침입한 로마군사에게 '내 원을 밟지 마시오.'라고 소리쳤다가 어이 없이 칼에 맞아 죽었다.


마지막은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기도 하고 극적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결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지 않을까. 어느 인기 연속극에서는 요즘 꽈당, 넘어지는 엔딩으로 인생사의 단면을 빗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 음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먹어 본 적이 있는가.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소위 배추이파리라는 만 원으로 배추 한 포기도 살 수 없게 되었다. 결혼 후 십 년 동안 아이 없이 사는 부부가 옆에 있다. 다행히도 '우리 둘이' 행복하면 되지 하면서 알콩달콩 사는데, 생전 김치라곤 입에 대지 않는 남편이 막연히 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이건 배추값 폭등과 관계 없는 그저 우연한 일치일 따름. 하지만 연세 지긋한 어머니는 이를 귀담아 듣는다. 막내아들의 바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몸소 김치를 담갔다. 하필이면 값이 장난 아니지만 아들네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바야흐로 한 포기에 일만몇천 원씩 주고 사 온 배추를 정성껏 절여 담근다. 아들내외를 불러 에미가 담근 마지막 김치라고 전하며 내놓았다. 다행히도 여느 김치보다 맛있게 되어 내외가 입맛을 다시며 잘먹는다. 어느 날 아침, 마침내 한 포기밖에 남지 않은 김치를 꺼내며 아내가 한숨을 쉰다. 더 이상 담그지 않으신다는데 이 김치가 마지막이구나. 절망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막막하다. 어떻게 담근들 이렇게까지 맛있는 김치를 이제 만날 수는 없으리라.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인기작가가 느닷없이 절필선언을 하듯 어머니가 중대 선언을 했다. 우리 형제를 모아 놓고, 마지막으로 담근 고추장이라며 집집마다 한 단지씩 나눠 주시는 것이 아닌가. 쉬이 단언을 내리거나 헛말을 퍼뜨릴 당신이 아닌데. 근데 그 고추장이 예사맛이 아니었다. 찍어 먹는 순간 매콤하여 콧등에 땀을 쏭글거리게 만들기 일쑤였는데, 먹고 나면 알싸한 쾌감이 목젖을 타고 오르내렸다. 맛본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는 이 없다. 심지어는 딸국질을 하면서까지 연신 찍어 먹는 이도 있으니. 성화에 특별한 일 없이 몇 번이나 시골을 다녀온다. 그런 때마다 일어서며 넌지시 고추장을 싸달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동이 났다. 더 이상 당신은 집 안에서 장을 담그지 않았다. 기억소자에만 남은 고추장 맛은 이 땅 곳곳을 아무리 누벼도 다시는 맛볼 수 없었다.













Philippe Alexandre Belisle * Nastalgia(Re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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