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죽음을 꿈꾸는가

*garden 2010. 11. 23. 17:16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경구이지 않은가. 헐리우드 배우인 짐 캐리는 어려운 시절에 날마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짐 캐리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앞뒤를 유추해 낼 수 있는 결론, 삶이란 얼마나 간단 명료한가. 허나 이런 삶도 거추장스런 지경이 될 수 있다. 무한정인 꿈. 죽음을 꿈꾼들 누가 뭐랄까. 하루에도 수 없이 태어나는 많은 생명. 또한, 하루에도 숨이 끊어지는 수 많은 사람. 찬사로 영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늘상 죽음을 떠올리는 이도 의외로 많다. 어쩔 수 없어서, 살이가 힘들어서, 이것저것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막다른 곳에 다달아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이에게 무엇을 말해 주어야 하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하면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천만에, 이미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당위성만을 새길 뿐이다.
교외 등산로에서 발견된 시신 한 구. 구덩이 안에서 불에 탄 흔적으로 남았다. 유서가 발견되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타살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조사한다. 이에 대해 진작 구덩이를 파고 나뭇가지를 모으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다. 자살에 무게를 둘 수밖에. 더구나 유서에, 이 남자 스스로 죽어야 하는 이유와 그렇게 불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적시해 안타깝게 만든다.
육십대 노부부가 놀이터에서 함께 목을 매었다. 마찬가지로 지병 등을 비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한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동반 자살한 노부부의 주머니에서는 유서와 함께 장례비가 쫓아나왔다.
앞서의 불에 탄 시신은 장례비가 없어 스스로 화장을 한다는 이유를 남겼다.
매일 눈을 뜨면 비일비재하게 접하는 놀라운 뉴스. 상관 없는 일로 치부했다가 머리를 흔든다. 주변에 그런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먹먹해진다. 딴은 찾아 들어가보면, 사건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 남일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내게 줄이 와 닿을게다.


스무 살까지만 살자고 다짐한 적이 있다. 장렬하게, 허공에 파문을 짓는 꽃처럼 어느 때 문득 삶을 끊어 버리리라. 그래서 단절시켜 버리리라. 내가 세상에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 그러던 것이 서른 이후로 자살을 미루게 되었다. 아니, 자살을 결행하기엔 무리야. 차라리 백혈병에라도 걸려선 어쩔 수 없이 죽었으면 하던 것이 마흔도 넘기고, 인제 쉰도 훌쩍 넘겼다. 늘상 죽음을 꿈꾸지만 이도 쉽지 않다. 오히려 끈적끈적한 삶이란 가지가 구차하게 늘어붙어 죽어버리고 말겠다던 순수를 자꾸 말리고 있을 뿐.












Emotion In Motion * Charlie Skarb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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