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절규에 보이는 것처럼 처절한 시간. 동동거리는 이 시간도 지난 후엔 호사일지 모르지만. 애닯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없다니.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서있었다. 세종로네거리에서 건너다 보는 메마른 광장은 온기 없고 지나는 이들은 두서없다. 다들 질린 듯한 표정들 뿐이다. 이런 때 FreeHuggers라도 있다면 오죽 좋아. 부둥켜 안아 토닥토닥 등이라도 두들겨 주며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텐데.
연일 가십거리가 널린 연예가 소식으로 식사 후 자리가 시끌벅쩍하다. 필로폰 투약으로 어느 누가 구속되었다느니, 그 바람에 인생 끝나지 않았느냐. 재기할 수 없을 거라는 둥. 깨끗이 인정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않아? 도박으로 도피중인 누구에 대해서도 화제는 이어져 파다한 소문을 끊이지 않고 들어낸다. 또 다른 누구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다는 둥.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등의 추측까지 더해 무궁무진한 얘기들이 난무한다. 왜 내게는 이런 얘깃거리들이 별 감흥이 없을까. 한켠에서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두들겨 보았다. 도외시하여 세상 일에 무관심한 것도 죄악일 건 뻔한 터.
배트맨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슈퍼맨의 시작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영화도 쫓아 나왔다. 매니아 층이 두터운 소재라면 흥행에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커지므로, 설탕에 달라붙는 벌레들처럼 제작자들은 입맛을 다시기 마련. 한편으로는 내 기억에 오롯한 스타들이 불현듯 사라져 버린 게 서운키도 하다. 데뷔 무렵, 수줍게 보이던 웃음이나 차츰 자신감이 배인 자세들.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여 경력이 쌓이는 것에 자화상을 비추듯 위안을 가지기도 했건만. 어느 때부터 그들은 왜 보이지 않는걸까. 그레타 가르보처럼 추한 걸 보이기 싫어 두문불출하는걸까.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아 점차 잊혀지는 것인지. 거기 비하면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요즘 스타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땅에서 불쑥 솟은 것처럼 그렇게 등장한다. 그리고 일체의 수련 과정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헤죽거리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 것처럼 감정의 표출 없이 노래하며 춤추고 연기한다. 과정마저 약정에 의해 생략된다. 그러다가 나중 충격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라도 터뜨리려는 건 아닌지. 때가 때인지라, 신데렐라 같은 등장을 꿈꾸며 오늘 밤 고된 잠을 청하는지도 모른다. 기계처럼 스위치를 꺼둔 채. 지금 어디에선가 막연한 미래를 꿈꾸는 너는 과연 누구인가.
Chris Glassfield, Fairy Tale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