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더미라도 쑤썩이면 묻어나는, 풀밭에 딩굴던 바람에 대한 기억
추운 데 나가 일하기 싫은 허기귀신은 순진한 아이들만 꼬드겼다
십이월 막바지 하늘이라, 먹을것만 찾는 우리를 쥐어박던 엄마
고개만 넘어서면 평탄길이라꼬,
내 거기 속아 내내 고개만 넘었디 이리 망가져뿔다 아이가
무너진 너덜지대에 잠겨서는 돌인지 사람인지, 동공마저 모이지 않던 할매
빛 바랜 무명치맛자락을 꾸깃꾸깃 들어 세 번이나 코를 풀어댔다
어느 때 마음자리에 소리소문 없이 들어와 사는 맹맹한 소 한 마리
우리 할매가 두고 갔는지, 아님 엄마가 몰아 넣었는지 알 수야 없지만
아주 가끔 고삐를 잡느라 나마저 기우뚱댄다
두툼한 혀를 내밀어 렌토로 훑으면 우울하게 깔리는 첼로음
엉덩이에서 잡아챈 꼬리로 등짝을 후리기도 하며
아다지오에서 스트린젠도로 구비를 넘는데
저만큼 뒤에서 소리 치며 쫓아오는 이 있다
여게 멈추고서 기다려야만 할까
Greg Maroney, Castle of Wonders 外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집, 나무의 기억 (0)
2010.12.21
나를 가두는 속박 (0)
2010.12.16
겨울 그 처음, 동백 (0)
2010.12.10
조급한 달 (0)
2010.12.07
나, 여기 있소 (0)
201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