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잠시도 그칠 수 없어 안달하는 마음. 백 개의 귀를 열고 천 개의 마음을 모아 등롱에 불 밝히려 한다. 언덕 위로 그대 모습 보일 때까지. 어두운 곳에서도 외로움만으로 견딜 수 있게끔.
눈 내리던 겨울 밤바다를 떠다녔다. 사방이 흔들려 어지럽다. 허나 천지를 무너뜨리려는 듯 횡행하던 파도 소리마저 아무렇지 않다.
삼지창으로 하늘을 꿴 감나무. 부르튼 가지에 물길도 메말라 까칫밥만으로 간신히 견디지만 꼭대기에 얹힌 햇살도 사위어 버렸다. 그런들 어떠랴.
푸르름이 굽이쳐 한 곳으로만 내닫던 여름. 키를 낮춰 숨어든 물길이 벼랑에서 제 몸을 던져 부숴뜨린들 대수인가.
부푼 고양이 등처럼 떠오르는 아지랑이 타고 세상을 기웃거리던 민들레 갓씨가 어디서 안짱다리 꽃을 피웠는가도 전해 줘야지.
백년을 간절히 지났건만 채 한뼘도 건너지 못했다. 칼날 위에서 재주를 넘듯 아슬아슬한 세상이어도 꼼짝 못하는 우리. 터질 듯한 마음만으로 내내 우두커니 서있었지만, 행여 오실 길을 촌각인들 눈 뗄 수 있을까.
문득 나무의 두껍으로 꼼짝 못하는 나를 모르고 그대가 지나치더라도 체념하지 말아야지. 내 넋은 오직 당신만을 쫓는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시기를.
Giovanni Marradi, Bells Of San Seba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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