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늘 그만큼만

*garden 2010. 12. 28. 11:22




한참 전이다.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찾아왔다. 나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전에 구의동에 사시지 않았습니까?
한때 그랬지. 한 오년 정도 살았을 걸.
대꾸를 하지 않아 말을 이어간다.
지하철 2호선도 지나고 주변에 관공서가 많아 편리하지. 주택가라 조용했어. 물가가 비싼 게 흠이지만.
제가 신혼집을 그쪽에 얻었는데요.
지금 그쪽 분위기야 모르지만 어수선함이 가라앉지 않던가?
그게 말입니다. 두어 달 사이에 집에 도둑이 두 번이나 들어서.


연말이라 쉬지 않고 달린다. 숨이 턱에 차 있다. 멈추면 안된다. 헌데 장애물이 곳곳에 널려 있어 걸리적댄다. 진작 결정해야 할 건 차일피일 미뤄지고, 미처 틀이 완성되지 않은 일 때문에 매일 좌충우돌이다. 안부 인사도 챙기지 못하는 중에 연락을 받았다. 친구가 길에서 미끄러졌다는데, 엉덩이 뼈가 골절되어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서도 온전히 서지 못할 지경이란다. 허겁지겁 쫓아갔다.
누워 있으니 신색이야 좋구만. 그만하길 다행이야. 액땜이라 생각하고 거뜬히 일어서길 바라야지.


어느새 내가 어른이 되어 버렸나. 기발한 지난 생각은 어디 숨었는지. 용기로 점철된 나의 젊은 날은 흔적 없다. 이제 새로운 일은 더 이상 없는가. 어제처럼 오늘도 해가 떴고, 서산으로 진 해는 내일 다시 떠오르는걸까. 섬광처럼 뇌리를 지나던 아뜩한 키스의 추억이나 잠시도 가만히 머물러 있지 못하도록 우쭐거리게 만들던 좋은 일은 아예 없는걸가. 어떤 일들로 인하여 내내 마음을 끓였던가.
한참을 걸었다. 그만큼에서 갈무리하자. 설령 나쁜 일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덮어 두어야겠지. 이제까지의 노고로 부디 새 날의 양식이 거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면 허황된걸까.












Steve Barakatt, First Kiss By The Seash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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