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정월 안부

*garden 2011. 1. 4. 14:30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처음과 끝. 끝은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처음은 끝을 향해서만 달린다. 처음은 느긋하고 끝은 숨가쁘다.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시점에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역시 해의 막바지는 시끌벅쩍하다.


발굽 갈라진 가축만 걸린다는 구제역口蹄疫. 입안 수포가 생겨 끈적끈적한 침을 흘린다는 급성바이러스성 전염병. 연말에 셋째 번으로 발생했는데, 이번에야말로 걷잡을 수 없다. 마을 길 어귀마다 두텁게 깔아둔 생석회가 뿌옇게 날린다. 예찰과 소독, 통제, 방역을 병행하지만 해를 넘겨도 소용없다. 거기에 2년만에 발생한 고병원성AI(조류 인플루엔자)로 가금류 농장마저 전전긍긍한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건 뻔한 노릇. 일각에서는 신종플루 사망자가 있다고 알린다. 지엽적인 사건이지만 식빵에 쥐를 넣은 업자도 있다. 사정을 알고 보면 딱하지만 웃을 수 없다. 제빵업체 뿐만 아니라 주변이 뒤숭숭하다. 지하철에서 어른한테 막말을 쏟은 여자 뉴스를 들으며 사람들이 혀를 찬다. 그저께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손전화로 자그만치 삼십 분이나 떠들어댔다. 줄줄이 쫓아나오는 낱말들은 외롭고 각박하여 사람들 신경을 긁었다.


여기서 사막은 얼마나 먼가요?
글쎄.
언제든 사막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무엇하러?
그냥이오.
모래밭을 잘달리는 낙타 같은 눈을 들여다 본다. 해를 옮기고 달을 가리는 모랫바람. 허물어뜨려지기만 하는 영속의 시간을 건너가려면 지녀야 하는 의연함. 긴 속눈썹을 끔벅이며 묵묵히 길을 찾아야지. 설피 신은 것처럼 거뜬한 발굽으로 버석거리는 모래밭을 지나 오늘에서 내일로 건너갈 것이다. 혹시라도 동화에 나오는 앙증맞은 페넥여우를 만날 수 있을지도. 하지만 알다시피, 보려고 하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나를 봐라. 종일 극렬함으로 견디기 힘든 사막 한가운데서 서성인다. 눈 부릅뜨고 헤매어도 모래밭 아래 고인 검은 기름띠의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다. 밤은 외줄의 깊은 통로이다. 결국 오늘도 혼잣말로 하루를 마감해야겠지. 구분하지 않으면 앞과 뒤가 모호해진다. 낙타처럼 무던한 여자를 되살려 안고서 잠을 청할까. 한밤중 방울소리라도 들리면 불현듯 깨어 별자리를 헤아리며 먼길을 나설 수 있게.







Shawn Phillips, The Ballad Of Casey De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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