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놓고는
무심한 글 이랑 어디에선가 나를 잃었다.
같은 글귀를 몇 번이나 입으로만 되풀이하여 읽었다.
이상하다, 이 대목은 왜 이리 해득하기가 어려운가.
부정과 반어법으로 범벅인 문구에서
하나의 긍정이 부정으로 덮히고
부정이 긍정으로 뒤바뀌는 현실이 아연하다.
햇살이 눈부셔 허둥지둥 쫓아나왔다.
돌계단에서 걸음을 멈춘다.
저만큼 떨어져 있는 보석 하나.
돌아나갈까, 아니면 모른 척 지나칠까.
과연 저게 습득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임과 주저함으로 범벅인 세상.
오기는 한 건가.
정녕 기다리는 건 기미 없고
돌아보면 이미 흔적 없으니.
T.S.Nam, Melancholy 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