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설산을 넘어서

*garden 2011. 2. 11. 13:27


























1991년 알프스 빙하에서 얼음인간Iceman이 발견되었다. 시신 수습 과정에서 풀로 엮은 외투와 가죽옷, 모자와 칼, 도끼, 활과 화살이 담긴 전통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놀랄만한 사실이 발표되었다. 조난당한 등반객이나 일이차 대전 중 사망한 병사 정도로만 여겼는데, 철기시대를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 오천삼백년 전의 청동기시대를 산 남성이었다. 성경 속 예언자 모세나 다윗이나 솔로몬보다 오래인 사람. 파라오의 저주로 익히 알려진 이집트의 투탕카멘Tutankhaten(B.C1333~1323 재위?) 조차 이 사람보다는 이천년이나 이후의 인물이다. 미라는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 외치Oeczi라 명명되었다. 특이하게도 모계 라인으로 거의 변하지 않고 젼해진다는 미토콘드리아DNA 분석 결과 외치는 현 유럽인의 조상으로 판명되었다.


스패치와 아이젠을 착용하며 외치를 떠올렸다. 오늘 오르고 걸어야 할 눈밭은 어떨까. 길을 그리는데 허연 입김이 한 뭉텅이씩 뱉어진다. 스틱은 채운 채 지고 가자. 일단 카메라를 작동시키려면 손이 자유로워야지. 덮고 싸맨 다음 늘상 끼는 두툼한 스키 장갑을 꺼낸다. 숲길 저편으로 완만한 능선길이 드러난다. 해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일직선을 그어 네게 달려갈 때처럼은 아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건너갈 것이다. 산이든 골이든 꾸역꾸역 오르고 넘어야지. 외치처럼 장구한 세월을 지나 오늘의 길을 들려 줄 수 있을까나. 키만큼 쌓인 눈과 맨살을 저미는 얼얼한 바람을. 시리도록 쨍한 하늘과 눈을 바로 뜰 수 없게 만드는 햇빛을 어떻게 표현할까. 벗고 견디는 겨울나무와 이마를 맞대고 묵상하는 숲과 아찔한 계곡과 천길 절벽으로 솟은 산의 기상이 예사가 아니다. 참 눈이 많기도 하다. 햇빛을 쫓아 반짝이는 눈. 독일 병정의 철모처럼 뭉친 눈. 성자처럼 팔 벌린 눈. 계곡을 건너가는 북극곰 형상의 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새와 같은 눈. 나뭇가지에 얹혔다가 지날 때면 후두둑 떨어지는 눈. 급격한 경사에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눈 들. 산짐승이 힘겹게 넘어간 흔적이 남은 눈 오름도 눈부시다. 녹아내리다가 바람에 말린 고드름이 삐죽빼죽 날을 내민 막바지 겨울길. 때로는 길을 일러주려는지 까마귀로 변한 할미의 영이 허공에서 적요를 흩뜨리기도 한다. 다져진 길로만 다녀야지. 벗어나면 무릎까지 빠지기 일쑤이다. 봉우리들이 호기롭게 솟아 발 아래 떠다닌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파란 하늘 아래서 우리만 벌레처럼 종일토록 꼬물거렸다.





Secret Garden, You Raise M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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