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안나에게

*garden 2011. 2. 17. 16:52




말이 꽃인 나라. 꽃은 저희끼리 맞부딪어 까불며 새초롬한 태를 낸다. 모이고 흩어질 때마다 소리를 드높인다. 여긴 사시사철 꽃이 떠다니는 세상. 꽃은 혼자이거나 함께여도 좋고, 함추름 비에 젖거나 눈을 씌워도 얼음에 갇혀서도 반짝이기만 했다. 뾰족한 꽃은 높다란 가지 위에 올라 용을 써 새 움을 틔우기도 하고 납작한 꽃은 바닥에 흩어져 달디 단 잠을 청하기도 한다. 움츠리고 있던 향기가 기지개한다. 빨강꽃은 정열을, 노랑꽃은 사랑을, 하얀 꽃은 생기를 노래한다.
누구나 입에서 꽃을 피울 줄 안다. 네가 나를 위해 피운 꽃을 기억한다. 내가 피운 꽃은 어떤 색깔이었던가. 사그라들어도 그 향기가 진한 말들. 죽어도 삶이 영위되는 꽃이 아름답기만 하다. 꽃자리에 만져지는 딱딱한 표피. 영글고 찢겨 조만간 또 다른 꽃으로 태어나겠지.


아름드리 나무에 숨은 오래 된 꽃들.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이 귀를 기울인다. 서슴치 않고 팔을 벋어 사방을 가린 나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머물지 않은 적이 없다. 발은 땅을 헤집어 수 많은 이야기들을 감춰 두었다. 그래도 외로움은 참지 못한다. 머리를 맞대었다가 서로를 휘감기도 하는 숲. 가지에 걸터앉아 황홀한 꿈을 꾸는 아이를 엄마가 깨웠다. 아득한 옛날을 토닥이다가 두억시니처럼 먼 앞날을 끌어오는 바람에 울 뻔했다.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을 신기며 아이를 달랜다.


엄마가 너만했을 적에는 세상이 너무 커 자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단다.
엄만 지금도 아주 가끔 울잖아.
그건 우리 공주가 어느새 예쁜 향기를 품어 대견한 생각이 들어서이지.
근데 아빠는 왜 울지 않으셔?
아빤 우는 대신 울음을 삼키는 법을 배우셔서 그래.
그럼, 아빠 우는 모습은 볼 수 없겠네.
나중에 너희들이 엄마만해지면 어느 때 아빠 눈을 들여다 봐. 별처럼 반짝이는 그때가 아마 눈물을 삼키고 계실 때야.


생이 꽃으로 이어지고 말로 전해지는 세상. 몽롱하게 떠다니는 사람들. 오후의 늦은 햇살이 맑은 구슬 속처럼 굴절되어 되비친다. 깜찍하게 목덜미 깃을 고르던 박새가, 햇살 콩콩거리는 마당에서 네가 흘리고 간 말을 낱개로 쪼을 수도 있겠지.

































intro. guitar, La Chanson pour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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